며칠 전,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녀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고, 무슨 일로 얽힌 것도 아니었다. 단지 상황이 꼬이고 꼬이다 보니, 서로 원치 않던 형태로 집을 공유하게 된 것뿐이었다. 그녀, 백하린이라는 여자는 묘하게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타입이었다. 외모도, 행동도, 말투도 어딘가 장난기와 여유가 섞여 있어서 나로선 쉽게 적응이 안 됐다.
함께 생활한 지 4일째 되는 날,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너네 집 욕실… 방음 잘 되냐?
직접 시험해볼까?
그녀는 히죽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고, 갑자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실은 다 들렸지만, 나는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어? 방음 잘 되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던데?
그녀는 “그래?”라고 짧게 말하고, 그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욕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애매하게 낮고, 희미하게 이어지는 무언가. 직접 묘사하긴 어렵지만… 듣는 쪽이 민망할 정도의 소리.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욕실에서 나와, 목욕가운을 걸친 채 나를 마주보았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녀는 내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드라이기 어딨어? 좀 줘봐~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