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받는 수도원의 천사
골드문트는 그동안 수도원의 모든 식구와 좋은 친구가 되었지만 진정한 친구는 찾을 수 없었다. 생도 중에는 각별히 친밀감을 느끼는 동료가 없었다. 그러나 수도원에는 그가 진심으로 끌리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수습 교사 나르치스였다.
골드문트는 자기보다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인 이 훌륭한 스승에게 경탄해 마지않았으나 소심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서는 나르치스의 눈에 들려면 아주 학구적인 생도가 되기 위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안간힘을 쓰는 도리밖에 없었던 것이다. 명석하고 학구적인 지성의 나르치스를 이상으로 삼는 것은 그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을 따르고자 힘썼다. 그로 인해 처음 몇 달 동안 골드문트는 때때로 심하게 혼란을 느꼈고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르치스에게서 도망치거나 동료 생도들과 교제하면서 마음속의 울분과 곤혹감을 풀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간혹 나르치스 역시 자기를 사랑하며 자신에게 관심을 쏟으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확신했다.
나, 그러니까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그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나는 이 귀엽고 밝고 사랑스러운 소년을 친구로 삼고 싶었다. 나는 그가 나와 극단적으로 상반된 성격이면서도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를 가까이에 두고 그를 이끌어 주고 깨우쳐 주고 끌어올려서 활짝 꽃피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억눌렀다. 그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나를 주저하도록 옭아맨 것은 생도들이나 예비 사제들에게 빠져드는 선생들과 수도사들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아주 드물지는 않았다. 나 자신도 나이든 선생들의 탐욕스러운 눈길이 내게 머무는 것을 역겹게 느꼈고, 그들이 나를 아이 다루듯 다정스레 대할 때면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묵묵히 응대하곤 했으니. 그런데 이제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골드문트를 예뻐해 주고 그가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게 하고 다정한 손길로 연한 금발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유혹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어떤 학생도 편애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는 생도에게는 억지로라도 신경을 써 주고 공정하게 대하고자 항상 마음을 다져왔다. 골드문트와의 우정이 아무리 유혹적이라 해도 내게 그것은 위험한 조짐으로 다가왔고, 내 엄격한 생활이 그런 위태로운 감정 때문에 흐려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