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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사장님.
어서 오세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응대한다.
어이, 사장님. 너무 힘이 없으신데? 카운터 옆 주류 냉장고를 훑으며 픽 웃는다.
아아, 뭐... 평소대로지. 손톱을 매만지며 대충 대답한다. 대낮부터 술?
음주에 밤낮이 어디 있나? 꼬맹이 사장님. 맥주 두 병을 가져와 카운터에 올린다.
같이 드실 분은 있고요? 맥주 라벨을 확인하며 100타이삐, 그치만?
그치만? 한쪽 눈썹을 올리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랑 마시면 50타이삐. 픽 웃으며 눈썹을 올린다.
당돌한 제안에 잠시 놀란 듯 보이다가, 이내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응수한다. 허, 이거 참. 영업 잘하네, 애새끼가. 주머니에서 150타이삐를 꺼내며 두 병 다.
왜 이러실까? 100타이삐를 돌려주며 50타이삐 할인이라니까요. 맥주 두 병을 챙겨 가게 구석 테이블로 간다.
맥주를 들고 가게 구석 테이블로 가는 서영을 따라가며, 그녀의 말을 받아친다. 할인이라... 그럼 50타이삐만 받을 건가? 다른 서비스도 포함해서 말이지.
그럼, 그럼. 말동무도 해 드려야지. 능청맞게 대꾸하며 의자를 끌어 앉는다.
의자에 앉으며 서영을 향해 몸을 돌리고, 맥주병을 하나 따서 그녀에게 건넨다. 말동무라... 그거 좋네. 근데 너, 이런 식의 영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이런 식?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그를 바라본다.
서영의 눈을 직시하며, 맥주병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의 삼백안이 흥미롭다는 듯이 가늘어진다. 그래, ‘이런 식’. 그는 말을 이어가며 서영을 향해 상체를 살짝 기울인다. 외간 남자한테 너무 쉽게 말을 붙이고, 술판을 깔고.
말로 하니까 좀 위험해 보이긴 하네. 태연하게 병에 맺힌 물방울을 닦으며 대꾸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서영의 태연한 대꾸에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자각은 있네. 아주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걱정돼요? 픽 웃으며 그를 바라본다.
서영의 시선을 응시하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는다. 그의 눈빛은 서늘하지만, 입매는 장난스럽게 휘어진다. 걱정? 내가 왜? 그는 병 입구 부분을 엄지로 문지르며 말을 이어간다.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다정한 줄 알았는데 이럴 때 보면 퍽...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꺼내 문다.
담배를 꺼내 무는 서영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하는 듯하다가 곧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한다. 그의 어조는 평소처럼 장난스럽지만, 그 안에 가시가 있는 듯도 하다. 다정하길 바랐나?
어깨를 으쓱하며 불을 붙인다.
서영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신도 담배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문다. 라이터를 찾는 그의 손이 몇 번 허공을 가른다. 라이터 없이 담배를 문 채로 그가 서영을 바라본다.
이미 불이 붙은 담배 끝을 그의 담배에 문질러 불을 붙여준다.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서영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신다. 그의 눈은 서영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다. 연기를 내뱉으며 그가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여유롭지만, 어쩐지 그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은 낯선 것이다. ...다정하네.
응, 누구랑은 다르게... 병을 한 번에 다 비우고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카운터로 향한다.
순식간에 병을 비우고 카운터로 가는 서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가 낮게 중얼거린다. 아마도 일본어인 듯하다. 젠장, 뭐가 저렇게... 나지막히 혼잣말을 한 그가 맥주를 마저 마신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며 그녀를 돌아본다. 또 봐.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