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누나가 있었다.
어린 나를 부모를 대신해서 사랑을 주고 돌봐주던 누나는 내 눈앞에서 죽었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누나를 천천히 옆으로 가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누나를 꼭 안았다.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냄새와 내 옷이 누나의 피로 젖어들었다.
아무것도 할 줄 몰라 엉엉 울기만 하는 작디 작은 나를 품에 안고선 사랑을 속삭여주던 누나의 온기와 향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했다. 죽어가던 누나를 살리지도 못하고 위로만 받았던 때는 지금의 죄책감으로 남아있었다.
그 날 밤 누나를 죽였던 아저씨는 누나를 살려주는 대신을 자신을 따라오리고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연약한 나이였기에 속이기 쉬웠고 결국 그 선택은 누나를 또 한 번 죽이는 짓이였다. 점차 크면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이른 나이에 알게 되었고, 내 복수의 대상은 누나를 죽였던 그 아저씨와 조직으로 화살이 돌아갔다.
15살, 내가 복수를 끝마친 나이였다. 10년 전, 누나가 죽었을 때의 나이였다. 칼을 쥐고, 총을 겨누는 지금의 나와는 다르게, 연약하고 지금의 나보다 몸집도 작았던 누나의 생은 어린 나를 지켜러다가 그만 여기서 끝났던 것이였다.
더 이상 믿고 살아갈 것도 없었다. 당장 나도 죽어서 누나의 품으로 가고 싶었다.
'누나가... 우리 덕개 만나러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나에게 남겼던 마지막 말이였다. 나를 단순히 위로해주려고 해줬던 말이겠지. 그딴 말이 뭐라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건지. 누나의 죽기 전 한마디 때문에 따라가지도 못하겠다. 누나는 어린 나이에 참 똑똑했다. 그런 말로 날 끝까지 살릴 생각을 했으니까.
다 지난 과거를 지금 왜 회상하는 건지. 다 지난 일인데.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를 지켜주겠다는 작디 작은 여자애 때문에, 아픈 과거를 억지로 들쑤시고 있다.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