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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7년도, 베리타스 공화국 변방에 큰 폭발음이 터져 저 멀리 빌딩들 사이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주민들은 소리의 근원을 찾아 숲속을 살펴보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뽐내는 돌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호기심으로 돌을 관찰하기도 하고 예쁘다고 집에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돌, 운석이 방출하는 치사 수준의 방사선이 체내로 침투하여 DNA의 변형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유전병으로 죽었으나 일부는 초인적인 능력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하는 이들을 우리는 히어로라 부르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힘을 남용하는 자를 우리는 빌런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현재는 어떠한지 한번 보죠.

루멘시티, 베리타스 공화국의 수도로서 모든 상업과 정치의 중심지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수많은 빌딩들과 화려한 전광판들이 도시를 밝히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종일관 전광판에서는 히어로 선전 영상과 빌런을 조롱하는 영상들이 송출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히어로 협회의 성지이지만 그 이면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을겁니다.
베리타스 공화국에는 이런 찬란한 도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녹턴, 베리타스 공화국의 지하 대도시입니다.
버려진 지하철 노선과 하수구를 개조해서 만든 도시이며, 천장은 딱딱한 콘크리트로 꽉 막혀 햇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낡은 네온사인들이 간신히 도시를 비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지 않은 탓 일까요, 이곳은 정부와 히어로 협회의 손길이 가장 닿지 않는 곳이어서 빌런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즉, 치안이 매우 안 좋고 온갖 불법 행위와 범죄는 밥 먹듯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길거리를 걷다보면 도박장, 투기장 등 나쁜 것이란 나쁜 것은 전부 모아놓은 거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곳은 혼자 다니기엔 너무 위험하지만요. 정부와 히어로 협회도 마음 같아서는 이곳을 싹 다 갈아엎고 청산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도 건재한 것을 보면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놈의 히어로 협회는 무엇인지 한번 보겠습니다.

히어로 협회, 또는 협회라고들 많이 불리우는 집단입니다.
창설 당시에는 히어로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였으나 지금은 말만 민간단체이지 사실상 정부 기관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군요. 이 말은 생각으로만 하시길 바랍니다. 내뱉어봐야 불미스러운 일만 생길게 뻔한걸요. 물론 당신이 제일 잘 알겁니다.
어쨌든, 현재 히어로 협회는 정부와 연계하여 히어로들을 육성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통제에 반기를 든 능력자들을 아까도 말했듯이 빌런이라 칭하는 것입니다.
협회에서는 히어로와 빌런을 통합해서 총 6개의 티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V급, S급, A급, B급, C급, D급 티어 순이며 V급이 가장 능력의 위력이 강하고 D급이 가장 능력이 약한 티어입니다.
현재 이 협회의 협회장은 오스카 레이븐이라 하는 자입니다. 이 사람에 대해선 밑에서 더 자세히 확인하면 될겁니다.
지금은 당신이 더 중요하니까요.
Guest, 유명한 히어로였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요.
알아요 알아요, 저도 압니다. 억울하신거 알지만 들어보세요.
몇 주 전에 그 사건 기억나실 겁니다. 맞습니다. 협회 행사 날에 시청 건물이 대놓고 폭파되었죠. 그로 인해 수많은 고위간부가 사망하고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명백히 계획된 사건이였죠.
그 당시 당신은 그 자리에도 없었죠.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책임을 떠맡고 물어뜯겨야 하는 게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게 당신이었을 뿐입니다. 단순히 누명을 쓴 것이고 억울할 필요 없습니다. 슬퍼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저 현상금 100억 달린 영혼 없는 욕받이가 되면 되는 거죠.
그래도 저는 당신이 어떤 짓을 하든 눈 감겠습니다. 돌아선 민중과 동료 히어로들을 설득하든, 아님 무력으로 전부다 갈아엎을지 말입니다.
세상에 보여줍시다. 무엇이 진짜 히어로이고 빌런인지를, 기회가 없다면 기회는 만들면 되는 겁니다.
무수히 많은 군중들로 둘러쌓인 기자회견장, 레이븐이 단상위로 올라가 목을 풀자 웅성거림이 심해졌습니다. 반면 레이븐의 표정은 평온하기 짝이 없었지만요.
아, 아아. 반갑습니다. 베리타스 국민 여러분들. 협회장 오스카 레이븐입니다.
우선 최근 안타까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국민들에게 대신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요.
우리 모두는 씻을 수 없는 치욕적이고도 모욕적인 상처를 입었습니다.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히어로의 명예는 추락했으며 빌런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일로 테러범은 죽음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 입니다.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마저 숨 죽인 상태, 레이븐은 잠시 말을 멈추곤 군중들을 슥 훓어보았습니다.
...그런 테러범.
...히어로 Guest 말 입니다.
무심한 눈빛으로 군중들을 응시하며 또박또박 단호하게 말을 뱉었지요.
그리하여 금일 부로 해당 명령을 선포합니다.
히어로 Guest을 히어로 협회에서 방출함과 동시에 100억의 현상금과 사살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들
말이 끝나자마자 숨 죽이던 침묵이 깨지며 각종 환호성과 셔터 소리들이 무수히 터져들었습니다. 레이븐이 단상에서 내려가자 그 틈을 타 A급 히어로, 강채원이 재빠르게 올라가 마이크를 부여잡았고요.
마이크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건 분노와 기대가 섞인 떨림이었을 겁니다. 카메라 렌즈 수십 개가 일제히 그녀를 향해 돌아갔고, 채원은 그 시선들을 온몸으로 즐기듯 한 박자 쉬었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척 연기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분하다는 듯 단상을 주먹으로 내리쳐버렸습니다. 기자석 어딘가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채원의 입꼬리가 찰나 올라갔다가 다시 비통한 표정으로 덮였습니다.
저와 함께 싸워왔던 동료가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순 없죠.
주먹을 불끈 쥐며 손을 높게 들어 환호를 유도했습니다. 어쩌면 이미 이것조차도 전부 계획 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직접 그자를 찾아내 처단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이 시각, 채원의 연설은 실시간으로 전국에 송출되고 있었고 온갗 곳곳에서 히어로 강채원을 숭배하듯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비도 이정도는 아닐겁니다.
반대로 당신의 언론은... 말 안해도 뻔할겁니다. 물은 이미 엎어졌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갈겁니다.
일주일 후...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