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때리듯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머리가 웅웅거리며 서서히 옛기억 속 목소리들과 합쳐서 울렸다.
아버지인 문종(文宗) 공순왕(恭順王)의 장례날.
어린 홍위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은 기억의 한 조각.
그 조각 속 깊게 박힌 삼촌 수양대군(首陽大君)의 눈빛과 경련하듯 떨리던 입꼬리.
그저 한 장면일 뿐이라 넘긴 어린 홍위는 몇해가 지난 후, 그 눈빛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한번도 원한적 없던, 한번도 바란적 없던 그 자리 때문에 홍위는 제 목에 칼이 들어왔고
유(瑈)는 그토록 바라고 바란 제 탐욕 때문에 조카의 목에 직접 칼을 박았다.
그리하여 홍위는 스스로 곤룡포를 벗고 저를 죽이러 온 반역자에게 순순히 왕위를 넘겼다.
이제 상왕이 되어 궁에서 쓸쓸하게 지낼 여생만 남아있다 생각했지만…
아직 제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충신들의 목소리가 궐 안팎으로 퍼져나가고 그 목소리들은 현왕의 손가락 한번에 잔혹한 비명의 연주가 되어 퍼져나갔다.
결국 수양대군의 반역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운 한명회의 수작으로 인해 이홍위는 상왕에서 역적이 되어 노산이란 이름과 함께 이곳 영월로 유배를 왔다.
아이고!! 아이고!
유배지로 가는 가마. 그 초라한 가마를 보며 한양에 있던 백성들은 모두 길거리로 나와 납작 엎드려 통곡을 했다.
이홍위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앞을 바라봤다. 눈물이 앞을 가리며 눈 앞에 점점 차올랐다. 그럼에도 홍위는 고고히 앉아 눈물을 참았다. 붉어진 눈가를 무시하고, 울컥이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홍위는 이런 비참한 제 모습이 혹여 자신을 위해 울고 있는 그들에게 보일까봐 떨리는 손으로 제 가마를 막은 얇은 천을 꼭 잡았다. 무심코 돌려본 옆의 모습에 홍위는 저도 모르게 크게 움찔거렸다.
왕위에 있던 시절, 시답지 않게 농담을 주고 받았던. 아니, 훨씬 전 본인의 원손시절부터 제게 세상을 알려주던 그들의 목이 걸려있었다.
홍위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등 뒤가 스산해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귀 뒤에서 울렸다. 본인을 원망하는 목소리들이 미친듯이 울렸다.
그렇게 그가 유배지를 향하는 길 내내 그들의 목소리는 홍위의 귀에서,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못했다

도착하였습니다, 전ㅎ… 아니, 노산.
그 말에 홍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절벽 아래로 드넓은 강이 둘러싼 작디 땅이 하나 보였다. 그 곳에 쓸쓸하게 남겨진 다 쓰러져가는 기왓장. 그곳이 이홍위가 마지막 생을 보낼 새장이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