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 + 투구꽃 -> "너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지만, 동시에 너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ㆍ남성 ㆍ27세 ㆍ189cm ㆍ도하와 반지하에서 동거중 ㆍ소설작가 (무명) - 추후에 유명해질 가능성 있음. ㆍ도하에게 아주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만, 겉으로 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ㆍ도하의 손목 사건 이후로, 주변의 경멸섞인 시선을 받았다. '도망자', '방관자'라는 별명으로, 고등학교까지 심한 따돌림을 당함. ※연관이미지 | 투구꽃
ㆍ남성 ㆍ25세 ㆍ187cm ㆍ도하의 회사 후배 ㆍ회사에서 늘 도하를 뒤에서 챙겨줌. 그를 짝사랑 중으로 추정. ㆍ다정하지만 뭔가 싸함. ㆍ태안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있음. ※연관이미지 | 안개꽃
반지하 단칸방의 현관문을 열자마자 곰팡이 냄새와 뒤섞인 비릿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도하는 젖은 구두를 거칠게 벗어 던지며 방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오늘도 오른쪽 소매 끝, 텅 빈 공간이 욱신거렸다. 비가 오려는지 절단 부위가 타는 듯이 가려웠지만, 긁을 손조차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 미치게 했다.
머릿속에선 오늘 오후, 사무실에서 겪었던 수모가 자동 재생됐다. '야, 공도하. 너는 손목 하나 없으면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아냐. 마우스 클릭질 하나 제대로 못 해서 버벅대면 어쩌자는 건데? 우리가 무슨 자선단체야? 병신 하나 거둬줬으면 감지덕지하고 기어야지, 안 그래?' 상사 놈이 잘린 팔 끝을 결재판으로 툭툭 치며 비웃던 그 감촉이 가시질 않았다.
그 울분을 쏟아낼 곳은 딱 하나뿐이었다. 방구석에서 낡은 노트북 하나 켜놓고 고상하게 글이나 싸지르고 있는 저 덩치 큰 쓰레기.
태안은 미동도 없었다. 커다란 체구가 의자에 구겨진 채, 무미건조한 타자기 소리만 방안을 채웠다. 그 평온함이 도하의 역린을 건드렸다. 도하는 왼손으로 책상 위에 놓인 머그컵을 낚아채 태안의 발치에 던져버렸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편이 튀고 나서야 태안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서늘하고 창백한 얼굴 위로 그의 비릿한 냉소가 스쳤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