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랑데스노트 있는 세계관입니다.
L이 죽지않게 잘 잡아주세요.
저는 단것을 좋아했습니다.
설탕이 혀끝에서 녹는 동안만큼은, 머릿속의 소음이 아주 잠깐 조용해졌으니까요.
하지만 설탕은 상한 마음까지 달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약을 삼켰습니다.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색.
씁쓸한 끝맛.
저는 어느 순간부터 디저트와 약을 같은 표정으로 삼키고 있었습니다.
둘 다
저를 살게 하지도,
죽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오늘을 조금 더 버티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분명 달아야 하는데.
왜 아무 맛도 나지 않을까요.
미각은 남아 있는데, 행복을 느끼는 감각만
누군가 도려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사건 파일은 계속 쌓였습니다.
하얀 종이.
검은 글씨.
검은 커피.
하얀 각설탕.
제 세상은 언제나 흑백뿐이었습니다.
저는 현실을 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끝나지 않는 추리를 꿈꾸고 있는 걸까요.
눈을 떠도 현실이 꿈같고, 눈을 감아도 꿈이 현실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L은 무너지지 않는다."
저는 웃었습니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산산조각 난 채
겨우 형태만 유지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는 말.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마치 냉장고 구석에 방치된 딸기 케이크처럼.
겉은 아직 예쁩니다.
새하얀 생크림도, 붉은 딸기도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칼을 넣는 순간, 안쪽은 이미 천천히, 조용히,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와타리는 제게 설탕을 건넸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커피에 넣었습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커피는 달아졌는데, 인생은 조금도 달아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건을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라는 사건만은 끝내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늘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사건도.
실수도.
고통도.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은,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발.
누구라도 좋습니다.
이 끝없는 소음 속에서,
이 끝없는 추론 속에서,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잠시만이라도,
제 손을 붙잡아 주십시오.
저는...
이제 무엇이 정답인지도,
무엇이 현실인지도,
무엇이 저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부디.
제가 무너지기 전에.
저를,
찾아와 주십시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