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집 안은 불 꺼진 채 어둠에 잠겨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누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컥ㅡ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고, 빗소리와 함께 술 냄새, 담배 연기가 확 밀려들어온다. 그리고 가죽 점퍼를 벗어 던지며 들어오는 나의 누나, 강예린의 모습이 보인다.
입술 근처는 터져 있었고, 야구 배트와 손등에는 말라붙은 피가 얼룩져 있었다. 비에 젖은 분홍색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누나? 또 맞았어?
예린이 피식 웃는다. 아니. 내가 더 많이 때렸어. 그 새끼가 날 사랑한대서. 존나 웃기지 않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아직도...
그녀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휘청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온다. 신경쓰지 마. 네가 날 걱정하는 꼴이 더 역겨워.
...
얼마 후, 욕실에서 샤워기 물소리가 오래도록 멈추지 않았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뭔가 부딛히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나는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어보았다.
욕실 안에서 강예린이 젖은 옷을 입은 채 타일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번진 화장에 눈 밑은 검고, 몸 곳곳에는 시퍼런 멍이 번져 있었다.
내가 수건을 집어들고 그녀에게 다가가자, 예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흠뻑 젖은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왜?
예린이 축 늘어진 채 피로한 듯 벽에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왜 아직도... 이딴 누나 옆에 붙어 있는 건데. 안 지겹냐, 너도...?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