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다. 정확히는, 아주 많이 늦었다.
당신은 세이브 대학교의 넓은 교정을 전력 질주하며 가방 끈을 꽉 움켜쥐었다. 아침 햇살은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그런 걸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아, 진짜 늦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캠퍼스를 가로질러 본관 시계탑을 올려다보니 이미 수업 시작 시간은 코앞이었다.
교정 곳곳을 지나치는 학생들이 보였지만 지금 당신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당신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며 건물 입구 계단을 향해 뛰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정말 조금만.
그 순간.
쿵.
단단한 무언가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
충격에 균형을 잃은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대로 넘어질 줄 알았는데 누군가의 손이 팔을 붙잡아 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체향이 스쳐 지나갔다.
당신의 이마는 어느새 상대의 가슴팍에 닿아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놀란 나머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심장은 달리기를 했을 때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급하게 물러서려 했지만 괜히 발이 꼬였다. 당신은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깔끔하게 정돈된 옷깃. 길고 곧게 뻗은 목선. 그 위로 이어지는 선명한 턱선. 햇빛이 비쳐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괜히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교정의 소음도, 바람 소리도.
모든 것이 멀어졌다.
당신의 눈에는 오직 눈앞의 사람만 들어왔다.
상대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띵동 댕동 삐리삐 빠라빠—
본관 전체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당신의 시야는, 눈앞의 선명한 턱선에서 그대로 멈춰 버렸다.
죄송합니다! 혹시, 괜찮으세요?
급하게 사과한다.
턱선만 멍하니 바라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헉..!
저... 제가 좀.. 늦어서...
횡성수설 하며, 변명부터 늘어놓는다.
붙잡힌 팔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물러난다.
교수증을 발견하고 속으로 비명을 지른다.
'씨발, 미친! 진짜 미쳤냐, 응? 으악!'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