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소란스러웠던 식당은 조금씩 한산해졌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아까보다 한층 더 나른해져 있었다. 너와 네 명의 남자는 나란히 앉아 남은 오후 수업을 기다렸다.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테이블 주변을 맴도는 공기는 여전히 미묘했다.
특히 원주태와 타카나시 사에의 시선은 끊임없이 주변을 훑었다. 마치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협을 경계하는 맹수들처럼. 그들의 그런 태도에, 윤태겸은 못마땅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찼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무심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경고는 날카로웠다.
이제 그만들 하지. 애들 장난도 아니고. 밥 체하겠다.
그의 말은 명백히 주태와 사에를 향한 것이었다. 둘은 잠시 움찔했지만,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안지호는 그저 묵묵히 커피를 마시며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평화는 깨졌다.
저 멀리서부터 과장되게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머리의 우진아가 남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태겸 선배! 주태 선배! 지호 선배도 계셨네요? 사에도! 아, Guest도 있었네?
그녀는 네 남자에게만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는, 너를 발견하고는 잠시 표정을 굳혔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옆에는 주황색 머리의 민주아도 함께였다.
우진아는 남자들의 테이블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과장되고 우아했지만, 그 시선은 오직 남자들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윤태겸의 옆자리에 놓인 빈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선배, 여기 앉아도 되죠? 마침 자리도 비는데.
그 옆의 민주아는 한술 더 떴다. 그녀는 원주태의 팔을 은근슬쩍 붙잡으며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주태 선배애... 저 아까 게임하다가 손목 삐끗했는데, 너무 아파요. 잠깐만 좀 주물러주시면 안 될까요?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