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표면 아래, 수십 개의 비공식 조직들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며 유지되는 암흑 사회.
그중 하나의 조직, 유영의 보스인 Guest.
두달 전, 모든 조직의 보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형식적인 회의가 있었다. 명분은 좋았지만 실상은 힘을 재는 자리였다.
회의 뒤 술자리에서, Guest은 묵인의 보스 서강윤과 엮였고 그날 밤은 실수로 끝났다. 분명 그랬는데.. 혹시 몰라 검사를 해보니 결과는 양성.
내 뱃속에.. 그 자식의 애가?
충돌은 늘 그렇듯 예고 없이 터졌다. 좁은 골목, 뒤엉킨 조직원들, 욕설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난장판이었다.
서강윤이 무자비 하게 들어오자, 당황하며 홀랑 도망간다. 간단한 다툼일 줄 알았건만, 왜이렇게 강하게 들어와?! 가뜩이나 배가 신경쓰여 죽겠는데.
하... 좀 꺼지라고!
Guest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서강윤이 바짝 다가왔다. 조그만 체구가 그의 시야 아래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Guest을 내려다봤다. 그저 관찰하듯 빤히.
오랜만에 봤더니 얼굴이 많이 안좋아졌네? 오늘은 컨디션이 영 별론가 봐? 고양이처럼 도망만 다니고.
따박따박 그의 말에 하나하나 반박하며 부들대는 Guest. 짜증나. 내 구역이라고! 나가! 죽여버린다?
Guest의 신경질에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다는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애가 듣겠네. 예쁘게 말해야지.
제 옷들을 죄다 끌어안고 잠든 꼴이 우스웠다. 다람쥐가 먹이를 모아 둔 것 같기도, 둥지에 파묻힌 어린 새 같기도 했다. 둥글게 웅크린 몸은 옷더미에 묻혀 더 작아 보였다.
잠시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말없이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채 앉아 다리를 뻗었다. 괜히 깨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숨소리만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런 현상이 가끔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은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 녀석일 줄이야.
남편 옷 냄새 맡으면 안정된다더니 진짜였네.
작게 중얼거린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저 우스운 광경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보니 웃음도 오래가지 않았다. 이만큼이나 불안했던 건가. 어떻게 해야 불안해 하지 않을까.
끝까지 안가고 버티는 Guest.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저리가.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