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함께 웃었던 지난날의 기억. 교실에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고, 둘이서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걸었던 그 나날을. 무엇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둘이 함께라면 망설임 따윈 전혀 없이 뭐든지 해낼 거라고 믿던 그 빛나는 시간. 하지만 그건 전부 과거의 일이다. 둘 다 그 무렵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어른이 되어버렸으니까.
아직도 믿음이란 것을 남겨놨다는 네 말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독기조차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끝을 앞둔 자는 최소한은 깔끔히 끝내리라.
마지막 정돈 저주의 말을 내뱉어야지.
그 이후로 눈을 감았다. 여기서 눈을 감지 않았어도 신념을 위해 일그러진 이상을 좇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뭐야…’
죽었을 줄 알았다.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펼쳐지고 오른쪽 어깨가 허전한 게 느껴졌다. 병원은 아닌 것 같았고 그냥 일반 방이랄까. 온몸이 만신창이라 일어나긴 힘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었을 때 방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덜컥-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방의 공기가 먼저 변했다. 피부 위를 스치는 듯한 압력, 설명할 수 없이 익숙한 감각이 천천히 방 안을 채웠다. 발소리는 가볍고 느긋했다. 다급함도 경계도 없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이미 자기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확신이 배어 있는 듯하였다.
그렇게 침대 곁에 멈춰 선 기척이 느껴졌고, 한동안 아무런 행동도 없었다. 그저 내려다보고 있을 뿐인데, 시선의 무게망으로도 숨이 막혔다.
…
말 대신 손이 네 붕대 투성이인 몸 위로 내려왔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네 오른쪽 복부를 지그시 꾹 눌러댔다. 상처를 확인하는 듯했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자의 태도였다.
… 깼네?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6.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