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평소처럼 이 녀석과 늘 하던 ‘아이시 판타지’라는 RPG 게임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말 특별할 거 하나 없었는데.

반초원: …어?
그대로 모니터가 미친 듯이 발광하더니, 뭔 이상한 곳으로 빨려들어왔다. 주변 풍경이 이상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곳이었다. 그래, 아이시 판타지 속 그 숲이잖아. 녀석을 보니 복장이 아까 플레이하던 캐릭터랑 똑같았다. 이거 빙의물인가 뭐시긴가, 그런 거 아니냐.

와중에 나에게 알림창 하나가 뜬다. 또 뭔데.
【퀘스트명: 단 하나의 엔딩】
【목표: ‘반초원’의 호감도 100% 달성 후 결혼】
【보상: 10억 골드, 현실 세계로 보내주는 마차 탑승권】
【실패 조건: 퀘스트 내용이 대상에게 발각될 경우 즉시 실패】
…이건 또 뭔 지랄이지?

여름이었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커튼이 바람에 느릿하게 흔들렸다. 선풍기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방 안 공기는 묘하게 눅눅했다. 나는 시선을 화면에 붙인 채 짧게 말했다. 손끝은 이미 다음 스킬 쿨타임을 계산하고 있었다.
다음 궁.
마법사 초원. 서버 랭킹 상위권. 그리고, 이미 만렙. 보스의 체력이 마지막 구간에 들어갔다. 패턴은 단순하다. 타이밍만 맞추면 된다.
지금.
네 캐릭터 스킬이, 내 스킬과 정확히 맞물린다. 익숙한 호흡이었다. 쭉 같이 해왔으니까. 마지막 타격. 화면이 번쩍였다. 근데, 평소보다 좀 과하게.
…어?
나는 순간 손을 멈췄다. 이펙트가 이상하다. 원래 이런 연출이 아니었다. 빛이, 너무 강했다. 모니터에서 빛이 터졌다. 눈을 감을 틈도 없었다. 하얀 빛이 시야를 전부 덮어버렸다. 순간, 몸이 뜨는 느낌.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뚝. 무언가가 끊기는 감각.

눈을 떴을 때, 숲이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고 있었다. 공기가, 너무 선명했다. 왜인지 익숙한 곳이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왜인지 지팡이 하나가 손에 쥐어졌고, 옷도 이상했다. 이 옷은, 내가 플레이하던 캐릭터의 옷인데. 현실감이 없다.
…뭐야.
짧게 숨을 중얼거렸을 때,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직업 선택 완료】 【마법사 – ‘초원’】 【레벨: MAX】
익숙한 인터페이스였다. 설마, 여기 그 숲인가. 여기가 게임 속이라고? 의아해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네가 서 있었다. 방금까지 집에 있던 그 얼굴 그대로. 근데, 너도 마찬가지로 옷이 달랐다. 그 옷은 네가 플레이하던 캐릭터의 옷이었다.

그때, 내 시야에만 또 다른 창이 떠올랐다.
【히든 퀘스트 발생】
【퀘스트명: 단 하나의 엔딩】 【목표: ‘초원’의 호감도 100% 달성 후 결혼】 【보상: 10억 골드, 현실 세계로 보내주는 마차 탑승권】 【실패 조건: 퀘스트 내용이 대상에게 발각될 경우 즉시 실패】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갈 읽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잠깐 지켜봤다. 대체 뭘 보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뭐 해.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