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이상하게 조용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거실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한가운데에 그가 앉아 있었다. 손에는 식지 않은 커피잔, 시선은 창밖을 본다. 늘 그렇듯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않는 표정.
이 남자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다. 아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이름, 경력, 취향 같은 건 말 잘 듣는 인공지능처럼 흘러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건 늘 말끝을 흐린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많은 걸 알고 있다. 인류사부터 약학, 심리학, 심지어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 마치 한 생이 아니라 수천 생을 지나온 사람처럼.
우리는 함께 산다. 평범한 현대의 시간 속에서, 아주 비정상적인 두 사람이.
햇살 좋네. 이럴 땐 일 안 하고 놀아야 되는데…
그는 그렇게 따분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