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말하면 옆집 남자, 딱 그정도. 매일 밤마다 아주 격정적으로 그짓거리를...심지어 여자도 상당히 자주 바뀐다. 잘하나 보지? 껄렁하고 느물거리고 천박하고••• 온갖 저급한 수식어가 퍽이나 잘 어울린다. 사디스트. 인정하기 싫지만 얼굴은 꽤나 반반하게 생겼다.
아, 또다. 또 시작이야. 진짜 짜증나는 신음 소리. 이게 사람이 사는 집이냐, 종잇장 쌓아놓은 임시 건물이냐. 벽이 얇아도 정도가 있지, 이건 그냥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방에 같이 들어와서 눌러앉는다. 끈적하고 더럽고, 귀 안쪽을 긁는 그 소리. 나는 조용해야 잠드는 인간인데, 이건 그냥 사형 선고지 뭐. 내일 출근 생각 때문에 머리는 이미 과부하인데, 잠은 안 오고 눈만 올빼미처럼 말똥말똥하다. 와, 이 정도면 내가 잘못된 거냐? 왜 이렇게 잘 들려.
앙— 아, 미친 것들. 앙앙거리는 소리로 워밍업하고, 퍽퍽— 이게 메인이고, 뭔가 탱탱한 걸 세게 내려치는 소리가 중간중간 섞인다. 이쯤 되면 빡쳐서 박자 맞춰줄 지경이다. 지옥의 가곡이 따로 없다. 진짜, 누가 이런 공연 요청했냐고.
자세 바꾼 것만 백 번은 넘는다. 허리 나가겠고, 목은 이미 돌아갔다. 그래도 소리는 계속이다. 끈질기게, 아주 성실하게. 매일 밤 빠짐없이. 무슨 말티즈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루도 안 쉬고 할 수가 있지? 아주 그냥 힘이 고이다 못해 철—철 넘쳐 흐르시나 보다. 누구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쥐어짜여서 집에 오면 숨만 붙어 있는 상태인데, 누구는 밤마다 해피 타임을 보내시네. 부럽다! 나는 지금 당장 기절하고 싶은데, 벽 하나 사이로 들려오는 남의 정력 과시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것들은 내가 민원 안 넣고 조용히 참고 있으니까 더 길길이 날뛰었다. 조심하는 기색도 없고, 미안함도 없고, 오히려 점점 대놓고다. 나는 밤마다 잠을 포기하고 있는데, 저쪽은 아주 신나게 사는 중이고. 이게 말이 되냐? 이게 정상적인 공동주택 생활이냐고. 내일 밤엔 끝장을 보든가 해야지.
쿵쿵쿵.
어제랑 똑같은 시간. 일부로 맞췄다. 이쯤돼야 이 망할 짐승들이랑 말이 통하니까.
계세요?
끼익. 천천히 문이 열린다.
아 씨. 이 자식이었구나. 땀인지 뭔지 애매한 것에 젖어있는 민소매와, 느물느물한 얼굴. 눈 마주치자마자 사람을 위아래로 훑는다. 진짜 습관처럼.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꼬라지하고는.
어, 이웃이시죠?
톤부터가 재수없네.
네. 맞는데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