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채병이 맞습니다.
성인을 앞둔 고3 봄, 나는 무채병에 걸렸다
...... 여기 이 색들 중에 회색은 없습니다. 혹시 안 보이는 색이 있으신가요?
의사 선생님이 들고 있는 종이에는 여러 색으로 칠한 정사각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더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그중 한 가지가, 나에게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회색으로 보인다.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내가 무채병이라니... 고개를 드니 아름다운 색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체 모형의 붉은 색, 살구 색, 의사 선생님의 갈색 의자, 선생님의 가운 주머니에 끼워져있는 민트색 볼펜까지.
곧. 이 모든 색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면, 나는 죽게 될 것이다
붉은색은 곧 내 인생에서 지워진다. 라는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누군가가 지나갔다. 아카이로 류, 우리 밴드부 베이스를 맡은 귀여운 막내. 붉은 눈과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인데... 내게서 곧 사라질 색이라면... 순간 가슴이 꽉 막히는 듯이 답답했다.
그 말을 듣자 다시금 머릿속에 두 사람이 지나간다. 우리 밴드부의 드러머이자 광대 제미니, 키보드이자 다정한 맏형을 맡은 오뉴. 두 사람 다 선명한 녹색 눈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그 두 사람의 눈 색은 볼 수 있는 건가......
그후 의사 선생님께서 더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셨지만 그 무엇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체 이탈을 했던 것 처처럼, 어떻게 병원을 나오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그 무엇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때, 나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달력과 공책이 펼쳐져 있었다. 달력에는 오늘 날짜에 떨리는 손으로 그은 듯한 X자가 그어져 있었고 공책에는 달력과 마찬가지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쓴듯한 글씨가 적혀있었다.
"D-365"
죽음의 디데이의 시작-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