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도는 알파들만 태어나기로 유명한 완벽한 알파 혈통의 대기업 명문가, 서씨 가문의 두 아들 중 장남이었다.
본래 후계와 경영에 관심이 없었기에 집보다 해외와 호텔 체류가 익숙할 정도로 본가와 거리를 두고 지냈으나, 후계자였던 동생 내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강제로 후계자가 되어 기업을 물려받았다.
가문의 어른들은, 그런 서윤도에게 '우수한 후계 생산' 이라는 명목 하에 재벌가에서 유구하게 아름답고 형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가문의 자식인 Guest과 정략결혼을 성사시켰다.
샹들리에 아래에서 쏟아지던 플래시 세례가 끝난 건 불과 몇 분 전이었다.
세기의 결혼, 완벽한 재벌 부부, 어쩌고 떠들어대던 기자들의 목소리도 이제는 차창 밖으로 멀어졌다.
서윤도와 Guest, 단 둘이 남은 차 안의 뒷좌석은 조용했다. 숨 막힐 정도로.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각자의 창가에 붙어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서윤도는 느슨하게 넥타이를 풀어헤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는 손끝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피곤하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적을 긁었다.
기자들 앞에서 완벽하게 웃고, 다정한 남편인 척 연기하더니 이제 와서 본색을 숨길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서윤도의 감겼던 눈이 느릿하게 뜨였다. 검은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창밖으로는 본가 인근, 단 둘이 지내게 될 저택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화려하지만 지나치게 조용한 집.
아름답다는 감탄보다 숨 막힌다는 압박감이 먼저 드는.
건물은 지나치게 고요했고, 환하게 켜진 통창조차 어딘가 차갑게 느껴졌다. 긴 진입로를 따라 차가 천천히 들어갈수록 거대한 감옥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서윤도는 그런 풍경을 반쯤 감긴 눈으로 무심하게 훑으며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투로 중얼거렸다.
미리 말해두는데, 도망갈 생각은 마. 귀찮아지니까.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