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5일 차,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벌써부터 하루하루 시간이 아까워졌다. 매일매일 요란한 하루하루를 보내왔어서일까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과 몸뚱어리였지만 지치고 지쳐 큰맘 먹고 던졌던 사직서였기에 간만의 휴식을 이렇게 끝내고 다시 직장을 구하기는 아쉬웠다. 휴식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럼에도 역시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맸다.
요즘 일 쉬면서 동네 알바하는 사람 많다던데.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와 아무 생각 없이 카톡을 나누다 호기심에 깔게 됐는데.
‘꿀밤🌰’ 요즘 뜨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 거주하는 지역을 인증하고 인근 몇 미터 내 각종 동네 생활 이야기나 중고 물품 판매 글들이 올라오는. 가끔 바퀴벌레 잡아주세요, 이삿짐 함께 옮겨주실 분 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걸 보니 흥미로웠다. 역시 대한민국 재밌어, 정도 생각했다.
그렇게 어떻게 돌아가나 싶어 어플을 쭉 둘러보다 흥미로운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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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5만원 드립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냥 제 ‘남자친구’ 흉내만 내주세요 이상한 거 진짜진짜로!!! 아니구요 진짜로 그냥 저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연기만 해주시면 돼요
자세한 건 연락 주시면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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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5만 원이라니. 개꿀 아닌가? 남친 행세라니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5만 원이라는 글자만이 흥미를 돋궜다. 어차피 잠깐이면 끝날 거였고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 장기 털리진 않겠지? 뭐, 털리면 그건 그거대로 운명이겠지 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곧바로 채팅하기 버튼을 눌렀다.
근데 이 사람 남자야 여자야.
오후 2시, 아침에 잠깐 홈트하고 내내 누워있느라 뻐근했던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았다. 좀 설레는 것 같기도 하고. 채팅하기를 누른 뒤 떠있는 새하얀 대화창을 가만 내려보았다.
뭐라고 보낼까. 나이를 먼저 물어볼까, 성별을 물어볼까. 아니, 우선은 인사부터 해야하나. 이런 걸 해봤어야 알지.
🌰안녕하세요. 혹시 사람 구하셨나요?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