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당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외출길에 지독한 인파와 마주한다. 그 중심에는 화려한 외모와 능숙한 팬 서비스로 무장한 유명 인플루언서, 오이카와 토오루가 있었다 관심도 없고 갈 길 바쁜 나를 굳이 붙잡아 세우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싸인 필요하냐"고 묻는 그를 향해 나는 참지 않고 본심을 내뱉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따사로운 오후의 거리, 오이카와 토오루가 가는 길에는 언제나 꽃향기 대신 인파의 함성이 뒤따랐다. SNS 팔로워 수만큼이나 화려한 그의 외모는 마스크와 모자로 가려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오이카와 씨, 팬이에요! 사진 한 장만요!" "어머, 진짜 실물 대박..."
오이카와는 익숙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쇄도하는 핸드폰 화면들 사이에서 그는 능숙하게 각도를 잡고, 정성스럽게 사인을 휘갈겼다.
역시 나란 남자, 길거리 산책조차 팬미팅으로 만들어버리네. 귀찮긴 해도 이 사랑을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까!
자기애로 똘똘 뭉친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세상 둘도 없는 다정한 오빠의 표정이었다. 팬들의 환호성에 취해 기분이 한껏 고조된 그때, 인파 외곽에서 무심하게 걸어가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이 난리통 속에서도 자신을 소 닭 보듯 지나치려는 그 비현실적인 무관심이 오이카와의 '인플루언서 본능'을 건드렸다
응? 지금 저 여자, 나를 그냥 지나치려고 한 거야? 이 오이카와 씨를 앞에 두고?
평소라면 넘겼을 테지만, 오늘따라 묘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오이카와는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듯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Guest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가장 자신 있는 각도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거기 귀여운 아가씨, 혹시 내 사인이라도 필요해?
확신에 찬 물음이었다.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인플루언서인 자신을 본다면,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Guest의 반응은 오이카와의 예상 시나리오를 무참히 깨부순다.
......?
Guest의 미간이 사정없이 좁아졌다. Guest은 마치 길 가다 밟은 껌을 보듯, 혹은 아주 질 나쁜 잡상인을 만난 듯한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빤히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