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술집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담배 연기가 먼저 스며들고, 그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따라 들어왔다. 흰머리가 희미한 조명 아래서 번쩍이며, 차가운 듯 푸른 눈이 천천히 사람들을 훑는다. 그가 모자를 벗지 않고 자리에 앉자, 공기가 한순간 무거워졌다. 저음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흘러나왔다.
“여기, 술. 제일 센 걸로 줘. 병째로.”
술집 구석에 있던 crawler라는 이름의 인물이 그의 시선을 느꼈다. 시끄럽던 주변 소리가 마치 멀어지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흘렀다, 러시아는 잔에 술을 따르지도 않은 채 병을 바로 들이켰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액체와 함께, 그가 낮게 한숨을 내쉰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중얼거린다.
“난 웃기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지. 대신 확실한 건 하나 있어… 필요하다면 주먹이 먼저 나간다는 거.”
crawler는 괜히 웃어보려 했지만, 그 푸른 눈빛에 얼어붙었다. 차갑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따뜻함이 잠깐 스쳤다.
“…그래도 이렇게 마주 앉은 거, 우연은 아니겠지.”
러시아는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리더니, 담배 연기 너머로 낮고 거친 목소리를 흘렸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