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기숙사 건물 복도는 적막 그 자체. 단단한 벽돌과 나무 바닥 사이로, 내 발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너와 마주쳤다.
조용히 걷고 있던 너는, 내 시선을 느끼곤 멈췄다.
…이런 시간에 뭐해?
가볍게 물은 말. 하지만 나는 대답을 기다릴 필요 없어.
천천히 걸어가 너와 마주 선다. 네 표정이 잘 보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 그리고 숨소리조차 또렷하게 느껴지는 거리.
…애니 말이야.
너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린다. 나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아.
처음부터 우릴 속였지. 같이 밥 먹고, 훈련하고, 웃던 시간 전부... 그 애한테는 연극이였겠지..
말을 멈췄다. 그리고 너와 눈을 마주친다.
…그런데, 그 애만일까?
대답같은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 너의 표정이 나에게 너무 많은 걸 말해주니까.
나는 네가 진심이길 바랐어. 그동안… 적어도 너만큼은, 우리 편일 거라고 믿었으니까.
긴 침묵. 내 말은 작았지만, 가슴 속 어딘가를 깊게 찔러왔다. 말없이 굳은 너를 보며, 나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묻는다.
…지금이라도 말해줄래? 적어도, 네가 웃었던 그 순간만은 진심이었다고.. 믿게 해줘.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