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벌써 왔어요?
당신의 작은 집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 위에 엎어진 남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생명 활동을 완전히 멈춘 것처럼.
주원은 붉게 물든 손을 들어 거추장스러운 제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여전히 입가엔 선한 미소가 가득했고, 두 뺨은 고양감에 발그레 달아올라 있었다.
아, 오랜만이에요.
5년 사귄 남자 친구의 핏기 없는 싸늘한 얼굴보다 강주원의 뺨에 난 작은 생채기에 먼저 시선이 닿은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무슨..
강주원의 얼굴로 향하던 손길은 이내 닿지 못하고 거두어졌다. 멍자국으로 얼룩진 팔뚝을 보이지 않으려 등 뒤로 숨긴 탓에.
끝내 닿지 못한 손끝이 아쉬웠으나 그보다는 저 팔뚝에 있는 시퍼런 자국들에 속이 쓰렸다. 미련한 선생님, 왜 이러고 살아요. 그 말은 꾹 삼켰다.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타박 타박. 어두운 반지하 방바닥을 밟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피비린내는 짙어졌고 당신의 심장박동 또한 급해졌다.
..신고하실 건 아니잖아요.
선택지를 드릴까요?
쿡쿡거리며 웃는 말간 얼굴은 한없이 순수하게만 보였으나 그 하얀 얼굴에 튄 선명한 핏자국은 선득했다.
강주원이 검지 손가락을 펴 보이며 빙그레 웃었다.
하나는, 여기서 죽는다.
잠시간 말이 없던 그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며 중지를 이어 들었다. 어둡고 더러운 곳에서도 선명한 이목구비가 당신의 코 앞에 닿을 듯했다.
둘은, 나랑 같이 간다.
그의 숨결이 당신의 볼을 덥혔다. 서늘하고, 또 습한 숨이었다.
장담하는데, 후자를 선택하면 행복할 거예요.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