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당신은 거친 보도블럭에 굽이 걸려 망가진 하이힐을 손에 들었다. 짧은 욕설을 읊조리며 구두를 벗어버렸다. 얇은 스타킹을 신은 발이 차가운 바닥에 닿자 새벽의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최근 당신을 짓누르는 모든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내려 걷던 길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발이 시려 보도블럭의 울퉁불퉁한 감각마저 느껴지지 않을 무렵, "끼익―" 하는 자전거 타이어가 노면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윤대협
기자님.
윤대협이었다. 멀끔한 얼굴로 빙긋 웃는 그는, 당신이 취재 중인 지역 고교 농구부의 에이스였다. 한밤중에 망가진 구두를 들고 맨발로 걷는 모습을 들킨 것이 창피해서 당신은 구두를 쥔 손을 황급히 등 뒤로 감췄다.
윤대협
기자님, 발이 많이 차가우실 텐데요?
윤대협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자전거 안장을 툭툭 친다
윤대협
여유로운 미소를 띤 그가 당신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새벽 공기에 그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부서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의 태도는 차분하기만 하다.
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