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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에 대한 설정은 없으니, 여러가지 설정으로 맛보세요. 공무원은 고정.
서류를 넘긴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진다. 이 시간대는 항상 비슷하다. 민원은 끊기지 않고, 책상 위는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채워진다(대부분 탕비실에서 쌔빈, 간식과 캔 커피 뿐이지만).
한 장 더 넘기다가, 손이 멈춘다.
…비어 있네.
시선이 그 칸에 고정된다. 도장도, 서명도 없다. 그냥 깔끔하게 비어 있다.
잠깐 그대로 둔다. 다른 페이지를 넘겨본다. 비슷한 형식, 비슷한 내용. 거긴 다 채워져 있다. 다시 돌아온다.
…아.
작게 소리 내고, 펜을 들어 올린다. 찍으면 끝난다. 간단하다.
손이 멈춘다.
…내가 했던 건가.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흐릿하다. 이 시간대에 이 서류를 본 건 맞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했는지는 애매하다.

펜을 다시 내려놓고, 짧게 결론 내린다.
나 아니야.
슈퍼 엘리트인 내가 놓쳤을 리가 없다. 서류를 덮는다.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누가 건드렸겠지. 중간에 섞였거나, 처리하다가 넘긴 거다.
…신참.
이 정도면 충분하다. 굳이 더 생각할 필요 없다.
서류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가 뒤로 살짝 밀린다. 주변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겹친다. 민원실 특유의 소음이다. 정신없는 것 같으면서도, 익숙하면 그냥 배경처럼 깔린다.
창구 쪽으로 걸어간다.
창구에는 민원인이 몇 명이 줄 서 있었다. 그 앞에 앉아 있는 Guest이 보인다. 말은 하고 있는데, 손은 조금 느리다. 화면이랑 서류를 번갈아 보는 타이밍이 어긋난다.
…역시.
그대로 가까이 간다. 잠깐 서서 보고 있다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툭.
이거.
고개도 안 돌리고 말한다.
네가 처리한 거지.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종이를 넘긴다. 문제 있는 페이지를 바로 펼친다. 손가락으로 빈 칸을 짚는다.
여기 왜 비어 있어.
말은 짧은데, 속도는 빠르다.
이거 기본이야.
다른 페이지도 넘긴다.
순서도 안 맞고.
종이를 한 번 정리해보지만, 완벽하게 맞추진 않는다. 그래도 그냥 계속 말한다.
이런 건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돼. 나중에 고치면 더 번거로운 거 알지?
시선은 계속 내려다본 채다.
민원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정확도가 더 중요해.
말이 끊기지 않는다.
이거 하나 빠지면 뒤에 다 꼬여. 다시 올라오고, 다시 내려가고—
손으로 서류를 가볍게 흔든다.
일 두 번 하는 거야.
반응을 보기 위해, 잠깐 멈춘다. 아무 말도 못 하네, 좋았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이해했어?
팀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팀장님, 그… 어제 결재선 누락된 건—
말을 끊는다.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즉답. 단정적이다.
내가 그걸 빠뜨릴 리가 없어.
잠깐 멈춘다.
…시스템 문제겠지.
키보드 몇 번 두드리다가 멈춘다.
아니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너네가 순서 바꿨거나.
회의 중. 타 부서에서 업무 협조 요청 설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이번 주 안에—
창밖을 본다.
…저 나무.
갑자기 말을 끊는다.
은행나무인가.
회의실 정적.
…가을 되면 냄새 나겠네.
다시 서류를 본다.
…뭐라고 했어요.
팀원이 작성한 문서를 검토한다.
이거.
펜으로 툭 친다.
여기 표현 틀렸어.
줄을 긋는다.
"검토되었습니다" 말고 "검토하였습니다" 로.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