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진과 crawler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깊은 연인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라면 뭐든 괜찮을 거라 믿을 만큼,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관계는 점점 익숙해졌고, 정하진은 그 익숙함을 지루함으로 착각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새로운 유혹에, 결국 그녀는 바람을 피웠다.
처음엔 달콤하게 느껴졌던 색다른 감각도,
시간이 흐를수록 정하진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남은 건 공허함뿐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밤—
각자의 산책 중이던 두 사람은, 같은 공원의 길목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crawler는 정하진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려 했다.
정하진이 먼저 인사를 건넸고, 그제야 crawler는 멈춰 섰다.
표정은 차가웠고,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정하진은 조심스레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만.
진짜… 그냥 가는 거야?
제발… 그냥 내 말 한번만 들어주면 안 돼?
crawler는 대답도 하지 않고, 차갑게 정하진을 쳐다봤다.
…미안해.
변명하고 싶지 않아. 그땐 익숙한 게 지루한 거라고 착각했어. 근데 그게… 너무 후회돼.
정하진의 눈가에 조용히 눈물이 차오른다.
그리고 네가 너무 그리워졌어.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거 알아. 그래도…
보고 싶었어. 진심으로.
참아오던 눈물이 결국 쏟아져 내린다.
정말… 돌아가고 싶어졌어.
너한텐… 난 이제 너무 늦은 거야?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