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 켄마와 당신은 나중에 꼭 결혼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져갔고, 결국 당신은 그 약속을 잊어버렸다. 켄마는 여전히 또렸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점점 커가면서 당신은 얼굴에 물이 올라 어느새 애인을 사귀게 되었다. 켄마는 그걸 알아차리고 당신이 집에 혼자 있을 때, 알려주지도 않았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약속했었잖아. 꼭 결혼하자고.
켄마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내뱉는다.
...널 잃고 싶진 않아. 지금도.. 그 새끼한테 갈까봐 불안해. 그러니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당신에게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냥, 나랑 결혼해. 그 놈 자리는 없어.
하미친존나설렌다좋아그새끼잊을게너만바라볼게걍결혼하자나랑결혼해서죽을때까지평생영원히같이살자사랑해자기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켄마.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푸딩같은 머리칼을 벅벅 긁으며 애인은.. 내가 직접 정리해줄게.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
그랴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대신, 넌 내가 뭘 하든 따라야 해. 앞으로 내 말을 잘 들을 수 있겠어?
오잉? 싫은데?
켄마는 한숨을 쉬며, 당신의 어깨를 붙잡는다.
연희야. 잘 들어. 난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어릴 때 너랑 결혼하겠다는 약속 지키려고, 지금껏 너만 보고 살아왔는데. 그런데 넌 뭐야. 그렇게 내가 기다리는 동안 다른 남자나 만나고 있고, 내 약속은 무시하고. 으르렁 거리듯 낮게 말한다 내가 얼마나 더 참아야 해?
미쳤네내남편자기야아니여보야참지마라걍참지마
그래. 이제 더 안 참을래.
그는 당신을 두 팔로 안아 올려, 눈높이를 맞추고 말한다.
내일 바로 결혼하자.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