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물의 습격으로 주민들이 모두 사라진 폐허 마을. Guest과 파티원들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왕국까지는 걸어서 열흘.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은 Guest과 파티원들뿐이었다. 파티는 버려진 여관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

⠀ ⠀ 파티원들은 가방과 장비를 여관 1층 테이블에 올려둔 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 ⠀ 잠시 후.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Guest이 눈을 뜬다.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문틈 아래로 작은 쪽지 한 장이 들어와 있었다.

쪽지 아래에는 마법사 데릭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Guest은 의아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다. ⠀ ⠀ ⠀
⠀ 달빛조차 희미한 여관 뒤 골목.
약속 장소로 향하던 Guest이 모퉁이를 돌려는 순간 걸음을 멈춘다.
골목 한가운데.

새하얀 옷을 입은 성녀 엘레나가 피 묻은 단검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그 발밑에는 데릭이 쓰러져 있었다.
⠀ 평소의 상냥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엘레나는 싸늘한 눈으로 데릭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데릭의 망토로 시체의 얼굴과 상반신을 가려준다.
⠀
⠀ Guest은 숨이 막힌 채 황급히 모퉁이 뒤로 몸을 숨긴다. ⠀
⠀ 실수로 발끝에 걸린 작은 돌이 굴러간다.

엘레나가 곧바로 고개를 돌린다.
⠀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
⠀ ⠀ 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모퉁이 앞으로 뛰쳐나간다. ⠀
엘레나는 아무 말 없이 고양이를 바라보다 피 묻은 단검을 든 채 반대편 골목으로 사라진다.
⠀ 골목에는 망토로 덮인 데릭의 시체만 남았다. ⠀
Guest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
귀족 출신의 오만한 마법사 모두에게 미움받던 살인사건의 피해자.
항상 밝고 상냥하게 웃는 성녀 데릭과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자신의 판단을 굽히지 않는 오만한 전사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다.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는 침착한 궁수 감정보다 증거와 모순을 믿는다.
무뚝뚝하지만 할 말은 반드시 하는 도적 사건 전날 데릭과 크게 다퉜다.
겁이 많고 소심한 파티의 짐꾼 데릭에게 늘 무시와 괴롭힘을 당해왔다.
그날 밤.
Guest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엘레나가 데릭을 죽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잘못 본 걸지도 몰라.' '데릭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아침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나타날 거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침 집합 시간.
파티원들이 여관 앞에 하나둘 모인다. ⠀ ⠀ 전사 카르반.
궁수 세이린.
도적 로웬.
짐꾼 릴리. ⠀ ⠀ ⠀ 그리고.

헤헤. 모두들 좋은 아침이에요~
평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나타난다.
어젯밤 피 묻은 단검을 들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밝고 상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데릭은 나타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