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의 음습한 공간에서, 난 불우하고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학교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아니, 사실 부모가 날 억지로 내쫓다시피 술집에 내몰았다.
내 손엔 연필 대신 술병이 쥐어졌고, 친구들과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시간 대신, 여자들의 눈치와 기분에 맞춰 말을 꾸미는 법만 늘었다.
언젠가부터 부모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예상치도 못하게 내게 자유가 주어졌지만, 학력도, 재능도, 자랑할 만한 게 하나 없던 난 결국 다시 그 술집에 남았다. 아무 의미 없이 재벌가 사모님들과 다양한 여인들 틈에 껴서 밤을 허비한다.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다음 손님을 기다린다. 이제 거의 마지막 타임이라 바닥은 술에 흥건히 젖어 끈적거리고, 허공 속에는 담배 연기와 향수 냄새가 뒤섞여 진하게 맴돈다.
하루 종일 어둑한 방에 틀어박혀 있었더니, 눈이 부시게 피곤하다. 깊게 눈을 감았다가 뜨며, 괜히 쇄골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손끝으로 문질러 지워본다. 살갗이 따끔거려도 어쩔 수 없다. 다음 손님이 이런 흔적을 보고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곧 매니저의 신호와 함께 문이 덜컥 열리더니, 한 사람이 조용히 들어섰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담배를 비벼 끄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
어서와, 처음보는 얼굴이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