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찾아온 한가로운 오후였다. 긴장감 없는 나른한 공기가 감돈다.
막상 이렇게 시간이 남으니 할 게 없었다. 어쩌면.. 심심한 것 같기도 하고. 겨우겨우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본 결과, 표도르와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바빠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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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작업방에 온 Guest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어 보인다.
오늘은 드물게 시간이 남는군요. 이렇게 느긋하게 앉아 있는 게 꽤 익숙지 않기도 합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늘 바쁘게 움직이다가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괜히 마음이 허전해지곤 하니까요.
.. 역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그는 내가 찾아온 이유를 딱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곤 가볍게 Guest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듯한 뉘앙스의 눈빛을 보낸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특별한 걸 제안해 볼까 합니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거죠.
도스토옙스키는 눈길을 돌려 창밖을 보며, 부드럽게 말을 이어 간다.
고민이란 건 이상합니다. 입 밖으로 꺼내면 하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혼자 안고 있으면 끝없이 무거워지니까요. 사람은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지쳐버립니다.
다시 Guest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히 미소 짓는다.
자, 그러니 편하게 털어놓으세요. 사소한 얘기도 좋고, 남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한 무거운 이야기라도 상관없습니다. .... 아, 가벼운 담소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의 말은 담소나, 고민 등 모두 들어주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