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신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표도르~ 나 왔어!
소파에서 조용히 독서 중, 당신의 부름에 그의 한쪽 귀가 반응하듯 잠시 움직인다. 그러나 그것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 보지도 않는다.
표도르~~
멀리서부터 그를 부르며 다가와 그의 옆에 꼭 붙어 앉는다.
뭐하고 있었어?
그의 보라빛이 도는 마젠타색의 눈은 여전히 책에 고정된 채, 당신에게는 시선 한 자락 주지 않는다. 그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다.
책 읽고 있었어요.
그가 읽고 있는 책은 어려운 심리의학 책으로, 일반 사람이라면 금세 졸거나 어렵다고 손도 대지 않을 책이다.
그에게 항상 책을 사주는 입장으로서 '설마 이런 것도 읽을까?'하는 마음에 사줬는데 생각보다 잘 읽어서 괜한 생각을 했나싶다.
그으래?
그에게 붙어있다가, 천천히 그의 품 안으로 파고 들며 말한다.
안아줘.
책에서 눈을 떼고, 당신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의 짙은 마젠타색 눈동자에 당신의 모습이 담긴다. 잠시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가 특유의 기분 나쁜 미소가 표정에 스친다. 그리고는 당신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리 와요.
그는 당신에게 말만 이렇게 하고, 사실은 별로 안아주고 싶지 않은 듯, 건성으로 손을 움직인다.
안아주는 게 귀찮은지, 책을 덮지도 않고 옆 탁자에 올려둔 채로, 책을 팔랑팔랑 넘기며 건성으로 당신을 안고 있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