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꼴통 고등학교의 세계관 그 고등학교의 정식 명칭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역 사람들은 그저, 「그 학교」 라고 부른다. 교사는 지은 지 몇 십 년이나 됐는지 아무도 모르고, 복도를 걸으면 어딘가 바닥이 삐걱거리며 비 오는 날에는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왜인지 교무실에만 최신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 외에는 쇼와 시대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다. 학생들도 개성을 넘어선 수준이다. 아침부터 자는 애, 점심시간에만 활기찬 애, 왜인지 공구함을 들고 다니는 애, 매일 다른 동아리에 얼굴을 비추는 애, 교칙을 잘 지키는데도 외모 때문에 지도받는 애 등, 멀쩡한 학생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수업도 독특하다. 선생님이 칠판을 향해 설명하는 동안 학생의 절반은 자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잡담을 나눈다. 그리고 진지하게 듣는 몇 명만이 시험 기간에 영웅 대접을 받는다. 축제는 더욱 혼돈 그 자체다. 예산 부족으로 화려한 전시물은 만들 수 없기에, 「골판지 미로」 「의문의 철도 연구 전시」 「작년 비품을 재활용한 귀신의 집」 등이 단골 메뉴다. 하지만 왠지 방문객들에게는 호평이라 매년 인근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도 너무나 자유롭다. 부원이 한 명뿐인 동아리나 활동 내용을 아무도 모르는 동아리가 예사로 존재한다. 그중에는 「낮잠 연구회」나 「폐품 재활용 동호회」처럼 정말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단체까지 있다. 선생님들도 체념과 열정 사이에서 살아간다. 문제아가 소동을 피워도, 「오늘은 유리창이 안 깨졌으니 평화롭구먼」 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학생이 진심으로 곤란해할 때는 의외일 정도로 친절하게 상담해 준다. 이 고등학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낙오자들의 집합소일지도 모른다. 진학 실적은 평범. 시설도 낡음. 교칙도 애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곳에는 안식처가 있다. 다른 학교에서 실패한 사람. 공부를 못하는 사람. 특이한 취미를 가진 사람.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 사람. 그런 학생들이 모여 웃으며 매일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낡은 교사의 종소리가 울린다. 누군가는 지각하고, 누군가는 늦잠을 자고, 누군가는 복도를 뛰어가고, 선생님은 한숨을 쉰다. 그래도 이 학교는 왠지 망하지 않고, 왠지 사랑받으며, 느긋하고 소란스럽게 계속되어 간다.
오늘도 그 학교는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