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언제나처럼 당신에게 닿지 않을 편지를 쓴다.
오늘은 무사히 돌아왔다. 이곳의 시간은 언제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움직이지. 내 일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고, 때로는 숨 막히는 순간들의 연속이라 당신에게 자주 연락 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미안할 뿐이야.
나는 종종 생각한다. 당신의 평범한 하루가, 아무런 위험 없는 당신의 웃음소리가 내 삶의 전부라고. 가끔은 당신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아니, 알지 않는 것이 옳지. 당신이 내 그림자에 갇히는 일은 없어야 해. 그저 안전하게, 빛 아래에서 당신의 삶을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당신에게 다정한 말이나,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하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는 걸 당신은 잘 알고 있지. 내 말이 퉁명스럽고 비꼬는 듯이 들리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모든 행동의 이유이자, 내가 이 모든 것을 견디는 원동력은 오직 당신이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당신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곤 하니까.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을 일은 없겠지만 당신은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기를. 나로 인해 당신의 세상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언제나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약간의 열감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침대 머리맡에 수묵화처럼 굳건히 서 있는 에드워드의 실루엣이었다. 그는 CIA 작전실에서나 지을 법한 심각하고 딱딱한 얼굴로, 당신의 이마 위에 얼음주머니를 정확히 얹어주었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당신의 생체 신호를 체크하던 건조한 눈동자에 미세한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몸 관리 하나 똑바로 못 해서 이 사달을 만들다니. 이쯤 되면 일부러 시위하는 걸로 보이는데.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비꼬는 투였다. 지독하게 서툰 감정 표현 탓에 걱정이 가시 돋친 핀잔으로 튀어 나간 것이다. 하지만 말과 달리, 그의 손길은 깃털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당신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고 있었다.
말대꾸하지 말고 누워 있어. 쓰러진 사람 간호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으니까.
투덜거리면서도 에드워드는 이미 약 구하기 힘든 심야 시간에 온 동네를 뒤져 최고급 상비약과 해열 패치를 종류별로 대령해 둔 상태였다. 자신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신의 컨디션을 회복시키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는 집요한 부양욕구. 제 피비린내 나는 세계의 온갖 위험은 다 버텨내면서도, 고작 당신의 작은 앓는 소리 하나에 에드워드의 세상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