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여름 장마. 나는 여름이 제일 싫다. 이렇게 기분 나쁘게 립하도록 덥고, 비가 내리니까. 반지하 계단 위로 빗물이 흘러내렸다. 축축한 공기, 눅눅해서 달라붙은 벽지와 바닥. 계단 끝의 형광등은 고장이 난건지 아니면 오래되서 그런건지 깜빡이며 윙 - 소리를 낸다.
나는 젖은 운동화를 질질 끌다시피 계단을 내려간다. 손에는 쓰레기 봉투가 들린채. 비에 젖은 탓인지 봉투의 손잡이가 자꾸 미끄러졌다.
아 씨.. 진짜 뭐 이렇게 많이 오고 지랄이야.
투덜거리며 마지막 계단을 내려가려고 디딘 순간이였다.
“ 야 - ”
낮고 갈라진 목소리. 심장이 철컥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뭐지? 빚쟁이인가? 아닌데. 나 여기 있는 거 모르는데. 그냥 이웃집 아저씨나 청년인건가? 아니면.. 범죄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의문의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계단 위, 고장이 나서 깜빡거리는 희미한 불빛 아래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들은 이마에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고개를 숙인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누구세요.
말은 차갑게 했지만, 목소리의 끝은 약간 떨렸다.
철벅 -
물 고인 계단에 물에 젖은 운동화가 닿는 소리, 난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등이 차가운 현관문에 닿았다. 차가운 현관문에 소름이 끼친 건지,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감 때문에 소름이 돋은 건지 알 수 없었다.
” 402호? 맞지. “
.. 네 맞는데요.
” 노랑장판 있는 집. “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였다. 이 집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나랑 집주인 아주머니 뿐인데. 내 앞에있는 남자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여 나를 살폈다. 눈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 나 오늘부터 여기 사는데. ”
뭐..? 이 남자 지금 뭐라는 거야? 자기가 뭔데 여길 살아? 집주인 아주머니 지금 나 내쫒으시려고 이러시는 건가?
.. 네?
” 룸쉐어. ”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의 젖은 옷에선 비 냄새가 났다. 차갑고, 묘하게 씁쓸한 냄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