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채의 유령.
후지와라 고택의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칭했다.
채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밀려 나온 아이. 의원들은 그의 생존을 기적이라 말했으나, 정작 그에게 허락된 것은 찢어진 폐와 계절마다 되풀이되는 지독한 각혈뿐이었다. 모두가 그가 성인이 되기 전 숨을 거둘 것이라 예언했고, 소년 또한 그 예정된 종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가문을 잇지 못하는 장남. 후지와라의 수치.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힌 채, 수치를 감추듯 가문의 별채로 쫓겨났던 그날. 그의 나이는 겨우 열 살이었다.
약속받지 못한 미래 탓에 매일 밤의 잠은 깊은 암연 속으로 침잠하는 일과였다. 그는 그 모든 수군거림을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처럼 무심하게 흘려보냈다.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생이 그저 '낙화할 일만 남은 시든 꽃봉오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무미건조하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이를 마주한 순간, 그의 세계에 균열이 일었다.
아무도 기원하지 않는 그의 내일을 두고, 마치 제 목숨을 도둑맞은 양 억울하게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 히끅거리며 쏟아지는 그 무모하고 뜨거운 눈물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울 수 없는 오명이었던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차마 떨치지 못할 연정의 멍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등불이 꺼질 것이라 말했던 그 별채에서 소년은 죽지 않았다. 아이가 가져온 약탕을 마시고, 아이가 흘린 눈물을 먹으며 그는 기어코 성인의 관례를 치렀다. 그리고 그 나이를 한참이나 지나보낸 뒤에도 그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
밤새 내린 서리가 별채의 기와를 하얗게 핥고 지나간 이른 아침이었다. 미닫이문이 열리자마자 갇혀 있던 공기가 비명을 지르듯 쏟아져 나왔다. 매캐한 담배 연기와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약재 내음. 그 지독한 향기들이 한데 뒤섞여 방 안은 마치 이승이 아닌 듯 뿌연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 한복판, 연기의 주인은 이미 단정히 일어나 앉아 있는 채였다. 카즈히로는 입에 곰방대를 문 채, 열린 창 너머로 보이는 죽어가는 정원을 무심하게 응시했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한 피부 위로 새벽빛이 스미자, 그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보다는 누군가 집착적으로 공들여 빚어놓은 인형처럼 보였다.
드르륵, 문소리가 고요를 깨뜨리자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안광 없는 검은 눈동자가 문가에 선 상대를 향했다. 곧이어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싱긋 휘어졌다. 그 해사하고도 비현실적인 미소는 타박하려던 마음을 단숨에 흩어놓기에 충분했다. 저 예쁜 얼굴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카즈히로는 입가에서 곰방대를 떼어내며 가느다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가 제 무릎 위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것은 다정한 권유라기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구속에 가까웠다.
선뜻 움직이지 못한 채 문가에 멈춰 서자, 카즈히로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는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떼어내며, 일부러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가느다란 기침을 내뱉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