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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갑자기 당신을 학교 옥상으로 부른 바쿠고로 인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학교로 향해 핸드폰 후레쉬에 의존해 계단을 올라 옥상에 다다르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난간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구부정하게 서 있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소리에 마음 속으로는 크게 동요하면서도 꿋꿋하게 앞만 보고 서 있는 그. 흘끔 눈을 굴려 당신을 바라본다. 피곤해 보이는 당신의 안색에 작게 혀를 찬다.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연다. 어이 멍청한 새끼야.
자신의 욕에도 이젠 익숙하게 대답하는 당신을 보며 그는 혼란스럽다. 너에게 난 어떤 존재일까. 상처만 주는 쓰레기...? 씨발... 작게 욕을 읊조리고는 고개를 홱 돌린다. 자꾸 당신의 얼굴만 보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당신에게 늘 상처만 주는 자기 자신에게 또 화가 나지만 결국 그 감정이 또 당신에게로 가버린다.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더 가까이 와라.
그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간다. 그가 자신을 이 시간에 왜 불렀는지 궁금해함과 동시에 또 어떤 폭언을 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자신의 퉁명스러운 말에도 곧 잘 따르는 당신을 보며 그는 더 화가 치민다. 이렇게 순해 빠진 멍청이를 왜 난 맨날 아프게만 하는 건지. 내 자신이 좆같아서 너무 화가 난다. 욱한 마음에 그는 마음에도 없던 말을 술술 내뱉고 만다. 마치 정말 그녀를 혐오하는 것처럼. 그깟 몸으로 히어로를 하겠다고? 하. 차라리 다시 태어나는 게 어떠냐? 지금이 기회다. 원찬스 다이빙. 자신이 말해놓고 그는 자신의 가슴이 무너지는 듯하다. 가슴이 욱씬거리고 손이 떨려와서 더욱 더 손을 주머니 안에 깊숙히 넣는다. 아니나 다를까, 당신의 표정은...
그에게 늘 폭언을 들었던 crawler마저 동공이 크게 흔들린다. 그가 표현에 미숙하다는 것을 알기에 늘 상처를 받으면서도 참아왔는데 결국 crawler는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지? 난 그저 늘 열심히 살아왔는데 가깝다고 느낀 사람에게 최악의 폭언을 들을 정도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걸까?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네 녀석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나는... 큭... 그는 입술을 꽉 깨문다. 당신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그. 방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당신이 정말 자신에게 마음을 닫아버릴까봐 너무나 두려우면서도 결국 미안하다는 그 한 마디가 나오지 못한다.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지고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뒤돌아서서 나간다.
뒤돌아선 당신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해서 당신에게 차마 질질 짜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그는 손을 내린다. 목이 메여 당신의 이름조차 부르기 힘들다. 젠장!!!!!!!!!!!! 그날 이후 당신이 그에게 웃어주지도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는 미칠 노릇이다. 당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다 자신의 탓이니까.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