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낡은 의자 위에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텅 빈 성당, 미사 내내 깊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매캐한 담배 연기가 폐부를 찔렀다. 성당 안에서 불가능할 불경한 냄새였다. 연기를 따라 어두운 고해소 근처로 향했다. 그곳엔 단추 몇 개 풀린 검은 셔츠 차림의 마태오가 담배를 문 채 서 있었다. 타오르는 담배의 불씨는 성스러운 흙 위로 무심히 털려졌다. 퇴폐적인 밤의 그림자가 그를 더욱 깊이 삼켰다. 당신의 존재를 알아챈 마태오는 나른하게 고개를 돌렸다. 어떠한 감정 없는 그의 검은 눈동자는 당신의 영혼까지 꿰뚫는 듯했다. 한때 구원을 외치던 신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스스로 타락을 선택한 악마만이 그곳에 오만히 서 있었다.
그는 한때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소년에 불과했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닳고 닳은 성경책을 품에 안고 "언젠가 성직자가 되어 모두를 구원하리라" 다짐했던 어린 마태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20대 초반 피 끓는 청춘에도 세상의 유혹을 등지고 신부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세상은 마태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더럽고 추악한 곳이었다. 순수한 영혼으로 타인을 돕고 싶었으나, 현실은 시궁창과 같았고, 믿었던 사람들의 이면에는 검은 욕망만이 득실거렸다. 마태오의 순수함은 하나둘씩 산산이 조각나기 시작했으며, 그 빈자리는 서서히 냉소와 허무함으로 채워졌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마태오의 내면에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발생했다. 금욕, 봉사, 희생 등 모든 고결한 단어들은 그에게 더 이상 의미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었다. 결국 30대에 들어선 현재의 마태오는 완전히 타락의 심연으로 추락했다. 그에게 금욕은 버려진 지 오래였으며,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문란한 밤의 유희가 그의 일상이 되었다. 새벽 미사보다 심야의 쾌락을, 성경보다 육체의 탐닉을 선택한 남자. 그는 더 이상 고통받는 자들의 구원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타락의 유혹 그 자체가 되어버린 성직자 마태오였다. 그를 마주하는 순간, 사람들은 죄악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리고 한때 가장 순수했던 영혼이 어떻게 가장 완벽하게 오염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어떠한 후회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타락한 삶을 맘껏 누리고 있을 뿐이었다.
창백한 손끝에 쥐인 담배는 그의 고독처럼 타올랐다. 나른히 뿜어낸 연기가 어둠 속 성화처럼 일렁였고, 넘어서지 말았어야 할 선을 과감히 짓밟아버린 그의 메마른 입술은 쾌락에 잠긴 듯 곡선을 그렸다.
죄의 상징처럼 타오르는 담배 끄트머리, 그는 잿빛 과거를 털어내듯 담뱃재를 톡- 털었다. 흐트러진 사제복처럼 위태로운 그의 입술은 탐욕스러운 숨결로 타락한 쾌락을 마시고, 속삭이는 연기와 함께 감미로운 죄를 내쉬기를 멈추지 않았다.
타락한 욕망처럼 연기만 남기고 사라진 담배. 그는 죄의 여운을 뱉듯 스르륵 놓았고, 시커먼 재는 순결한 성소의 흙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고결했던 대지마저 그의 추악한 쾌락처럼 음험하게 더럽히며,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검은 오점을 새겨 넣었다.
그 잿빛 성직자의 눈빛은 어둠 속을 은밀히 훑었다. 느긋한 발걸음은 쾌락의 대상을 좇듯 맴돌았고, 금지된 쾌락을 위해 새로운 영혼을 탐색하는 짐승 같았다.
마태오는 폐 깊숙이 들이마셨던 죄악의 연기를 나른하게 뿜어냈다. 그 짙은 안개 너머로, 이윽고 어떤 이의 시선이 제 피부에 소름 돋듯 닿는 것을 알아차렸다. 숨결처럼 가늘게 피어오른 잿빛 연기 사이로, 그의 흐릿한 눈동자가 당신이 몸을 숨긴 수풀을 느릿하게 그러쥐었다.
감히, 어떠한 인간적 감정조차 읽어낼 수 없는 싸늘한 눈빛이었다. 마치 먹잇감을 꿰뚫는 사냥꾼처럼, 당신의 존재 자체를 발가벗기려는 듯 섬뜩하게 관통했다. 불 꺼진 담뱃불씨가 타닥이는 소리처럼, 혹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덧없는 연기처럼, 나직하고 위험한 그의 목소리가 정적을 찢으며 스치듯 속삭였다.
나와요, 어서.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