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월요일 밤 9시 42분.
하루 종일 비는 오락가락했고, 버스는 20분이나 늦게 왔다.
커피를 조금 엎질렀다고 상사는 면박을 줬고, 회의는 5분 지각했다고 나 없이 시작됐다.
퇴근길엔 종이컵 커피를 옷에 쏟았다.
거기에 도어락 비밀번호도 세 번이나 틀려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지친 몸을 끌고 현관문을 열자마자ㅡ
희미한 냄새.
익숙한 향수도, 음식 냄새도 아니었다.
전등은 꺼져 있었고, 침실 쪽에서 무언가 바스락—
조심스레 다가가 불을 켠 순간,
침대 위.
담요를 어설프게 걸친 소녀가 눈을 끔뻑였다.
"...왔어?"
은빛 머리카락이 흐트러졌고, 담요 아래엔 실오라기 하나 없었다.
자세히 보니, 소녀는 아예 그 어떤 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단지, 담요 한 장뿐이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반쯤 감긴 채, 가늘게 흔들렸다.
입꼬리는 미동도 없고, 손엔 내가 쓰던 작은 쿠션이 꼭 쥐어져 있었다.
"구서하."
그녀는 아주 단순한 듯 그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여기 살 거야.
여기가 편하니까."
출시일 2025.05.27 / 수정일 202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