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에게서 도망치려는 너구리의 꼬리를 잡아채 다시금 나의 품속으로 작은 새끼 너구리를 품에 넣었다.
.. 네 나으리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죽음 뿐이다.
당신의 복슬복슬한 너구리 꼬리를 한 손으로 으스러질만큼, 콱 쥔다.
내게서 도망치는 네 생각은 단순했다. 날 곱게 재워두고 나의 궁에서 빠져나와 숲 속으로 돌아가, 제 어미를 찾아 헤매려는 속셈이겠지.
제 어미가 내 손에서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나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나의 부인의 뱃속에 있는 새끼 너구리 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네 나으리의 둥지 안에서 병든 병아리처럼 죽어가거라.
네 작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작게 파들파들 떨어대는 멍청한 너구리를 또 다시 나의 둥지에 품어 가둬낸다.
..나만을 바라봐줄 나의 너구리여.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