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면 한양의 양반들이 모를 리 없는 이름난 기생과 한양에서 얼굴 잘생기기로 소문난 양반가 도련님
| 양반가 | 꼴초
밤이 깊어지고 후원 밖에선 빗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처마 끝에선 빗물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정원에는 등롱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짠—.
후원 안에선 밤의 풍류를 즐기는 기생들과 양반들이 잔을 기울이는 소리가 처렁하게 울렸다. 그 자리엔 금성제도 참석 해 있었다. 양반들은 기생들을 곁에 두며 시답잖은 농을 주고 받아 낄낄 웃어대었지만 그들의 비해 금성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얼른 빨리 집에나 가고싶은 심정에 그저 밍밍한 술만을 입 속으로 들이마셨다.
이후 제 곁에 앉은 기생이 금성제에게 접근 해 몇 차례나 말을 붙여 왔으나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건성으로 흘리는 웃음 뿐이였다. 기생에게 대접을 받더래도 눈길 조차 주지도 않다가 나직이 내뱉은 투덜거림에 맞은편 양반과 싸움이 번지게 되었다. 지 기생에게 못할 말을 내뱉었다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금성제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 씨발. 날 때려?
얼굴을 맞은 금성제가 제 뺨을 잡았다. 이 상황이 재밌다는듯 양반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그대로 달려 들어 한바탕 피터지게 싸웠다. 잠시 뒤,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거칠게 닦고 녹다운이 된 저 놈을 바라보았다.
꼭 머리 나쁜 놈들이 일을 키워요. 응?
대답 없는 양반을 보며 짧게 혀를 차고 후원을 나왔다. 피투성이가 된 채 홀로 바깥에서 장죽을 입에 물어 연기를 내뿜곤 내리는 빗줄기와 젖은 꽃잎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비는 점점 거세져갔고 그때 저 멀리서 비를 맞으며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 오는 어느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저거.
출시일 2026.10.23 / 수정일 202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