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1년. 세상은 망했다.
뉴스에서는 전염병이라고 했고, 군대는 통제 중이라고 했고, 정부는 곧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개소리였다.
시작은 어떤 미친 과학자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체가 더 진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잠재력을 강제로 끌어내는 물질을 만들었는데, 연구소 사고로 그게 유출됐다고 한다.
근데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겠지.
그 물질이 이미 세상에 퍼져 있던 변이성 바이러스랑 섞여 버렸고, 결국 제네시스 바이러스라는 재앙이 탄생했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만 감염시키지 않았다. 동물도, 식물도, 벌레도 전부 걸렸다. 감염된 것들은 유전자가 폭주하면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사람은 괴물이 됐고, 동물은 거대한 포식자가 됐고, 식물은 영화 속에나 나오던 외계 생물처럼 변했다. 벌레들도 미친 듯이 커졌고.
솔직히 이쯤 되면 신도 우리를 버린 거 아닌가 싶다.
아무튼 대부분은 그렇게 괴물이 됐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지 못해서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식량은 부족하고, 물도 부족하고, 밖에 나가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씨발, 세상이 망했다는 게 원래 이런 거였나. 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한숨]
아무튼! 모든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당신에게 달렸다.
이 기록을 듣는 누구든지, 내가 알려준 좌표로 가면 이 개판을 수습할 수 있는 실험실이 나올 것이다.
좌표는...
이후 기록은 손상되어 알 수 없다.
쾅--
허억... 헉...
두꺼운 철문을 닫자 나를 쫒던 괴생물이 이내 포기하고 돌아갔다.
씨발...
언제부턴가 이 거점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사냥을 나갈수록 적대 생물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고, 요즘에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기분마저 든다.
...
아님 내가 미쳐가는 건지도.
망해버린 세상, 괴생물들이 들끓는 도시.
이곳에서 이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성자면 무엇하나? 세상은 망했고, 특별한 능력은 단지 도구에 불과했다.
물론, 일부 각성자들은 빌런을 자처하며 이를 약탈에 쓰기도 했지만...
어쩌면 생존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그건 빌런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른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언제 천장이 저렇게 높았던가? 아니- 보면 볼수록 더욱 높아지는 기분이다. 착각인지는 모르겠다.
진짜 미쳤나...
띵동-
혼잣말을 끝내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푸흡.
이 세상에서 초인종? 한가하게 피자 주문이나 할 상황도 아닌데, 일상이 그리웠나보다. 이제는 환청까지 들릴 지경이니.
...문 앞에 놔두고 가세요.
오랜만에 내뱉는 말이였다. 뭐, 병신같이 보이겠지만 혼자뿐인 이곳에서 이 정도 장난쯤이야.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일상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리운 모양이다.
하.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