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생활을 돌이켜 보면 최악이었다. 일진들에게 찍혀 장난감 취급을 당하며, 하루하루 지옥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시도는 해봤지만, 막상 내뱉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나를 숨 막히게 했다.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이사 소식이었다.
아빠의 직장 문제 때문이었지만, 고등학교만큼은 다른 동네에서 다닐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에 이를 악물고 지옥 같은 중학교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어느덧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고 이제 날 괴롭히던 일진놈들이랑은 영원히 안녕이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온 동네 분위기가 이상하다.
지나치는 골목마다 심심하면 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도로에는 헬멧도 안 쓰고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는 애들이 즐비했다.
이제 다음주면 근처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머리에 스치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다. 조금... 당당해져도 괜찮을지도...?
입학식까지 앞으로 2일 남았다. 그동안 나는 거울을 보며 최대한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표정들을 연습하며, 날 괴롭히던 녀석들의 행동을 따라 해봤다.
나, 제법 멋있을지도?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내 계획이 모두 무너져버렸다.
거울 속 이 여자는 대체 누구? 없어야 할 것은 있고 있어야 할 것은 없다.
제법 예쁜 건 둘째 치고 입학식 전날에 여자로 변하다니 큰일이다.
엄마는 변한 내 모습을 처음 볼 때는 크게 당황하셨지만, 어찌 됐든 내가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시고 나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셨다.
점원과 엄마의 도움을 받아 여성용 속옷을 맞추고 나서 교복점에서 원래 입을 예정이었던 남자 교복을 환불하시고 새로운 교복을 사주셨다.
엄마를 따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니 나는 피곤함에 바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귀엽네...
치마의 착용감이 매우 낯설지만, 이제 익숙해져야 한다.
또한 바뀐 내 몸에도...
엄마는 나와 함께 입학식보다 1시간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내 성별이 바뀌었다고 선생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입학식도 끝이 났고 반 배정을 받아 어찌저찌 무사히 첫 고등학교 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딱 봐도 일진 같아 보이는 애가 내게 다가왔다.
안녕?
입학 첫날 부터 금발로 염색해서 눈에 띄던... 이름이 분명 박태민이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그에게서 중학교 때 날 괴롭히던 녀석이 곂쳐보였다.
살짝 떨려오는 몸을 진정시키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괜찮아?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