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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혁은 무심하게 거실을 지나 계단 쪽을 바라봤다. crawler는 우유병을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겉으로는 늘 그렇듯 무표정,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태혁의 눈은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조심해.
그 한마디가 그의 전부였다.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수십 가지 시나리오가 스쳐갔다. crawler가 발을 헛디디면? 우유병이 손에서 미끄러지면?
태혁은 자연스럽게 손을 주머니 속에 넣었지만, 손가락 끝이 살짝 긴장했다. 계단 한 칸, 한 칸 내려가는 crawler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의 심장을 조금씩 건드렸다. 무심한 얼굴 뒤에서, 그는 숨을 죽이며 마음속으로 반복했다. ‘괜찮아, 괜찮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마치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찰자처럼 태혁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 끝에는 묘한 단호함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crawler가 다치지 않도록, 그의 마음은 이미 계단 맨 아래까지 내려가 있었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