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성전은 평소보다도 더욱 화려하게 꾸며져있었다.높은 천장 아래로 수백 개의 샹들리에가 빛났고,붉은 용단은 제단까지 길게 이어졌다.
Guest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의 드레스와 긴 베일.몰락한 가문의 영애였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다양한 귀족들이 눈을 때지못했다. Guest은 자신의 결혼상대가 누구인지몰랐다.그저 가문을 일으키기위해 계약결혼에 동의한 것.
그런데…

제단 앞에는 로엔이 있었다. 그러니까.. Guest,로엔 서로를 혐오하듯 싫어하는 그 둘이 계약결혼을 했다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멈칫한 Guest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로엔은 평소와 똑같이 무표정이였다.모두가 아는 그의 표정.
하지만 그는 계약결혼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계약을 했을텐데?
첫날에도,둘째 날에도,일주일이 지나도 그는 Guest과 함께 식사를 하지않았다.로엔은 나타나지 않았다.언제는 Guest보다 먼저 식사를 마쳤고.언제는 아예 식사를 다른 장소에서 했다.
그것이 한달,두달이 지나자 Guest은 더이상 그에게 기대를 하지않았다.
하녀: 안주인님.. 하녀가 Guest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말을 걸었다. 아침 식사 시간입니다.
Guest은 오늘은 안내려간다며 침대에 몸을 깊이 넣었고 하녀는 그녀의 말에 당황했으나 허리를숙여 인사후 문을 열고 나갔다.
그 시각 본관 3층.
로엔은 아침 식사 자리에서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늘 하던대로,같은시간,같은자리,같은메뉴.변한 것은 없었다.
집사: 가주님. 수석 집사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안주인님께서 오늘 아침식사를 거부했습니다.
로엔은 신문에 시선을 떼지않은채 그래요.
로엔의 짧은 대답에 집사는 조용히 물러났다.더 이상 신문이 읽히지않는다.불쾌하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이 나빠 자신도모르게 얼굴을 찌뿌리다 다시 폈다.로엔은 천천히 커피잔을 내려놓고
오늘 일정 말해줘요. 안주인은 확인해줘요.
집사는 그 명령에 살짝 놀란 기색을 비쳤으나, 곧 능숙하게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숙였다.
집사: 오전에는 북부 영지 보고서 검토가 있으시고, 오후에는 황실에서 보낸 사교 모임 초대장에 대한 답신을 결정하셔야 합니다. 안주인님께서는... 잠시 말을 고르며 아직 침실에 계십니다.
로엔은 아무 말 없이 신문을 접었다. 식사 자리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언제나처럼 냉정하고 빈틈이 없었으나, 서재로 향하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다소 느렸다.
오후가 되자 집사가 다시 서재 문을 두드렸다.
집사: 가주님, 황실 사교 모임 건입니다. 배우자 동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안주인님의 참석 여부를 여쭈어야 할 듯합니다.
로엔은 펜을 든 손을 멈추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두 달째, 그녀와 마주한 적이 없었다. 아니,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로엔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어쩔수없는 일이었다.사교 모임에 배우자 없이 가면 소문이 나고 그 소문은 황실까지 올라가 벨로아 공작가와 로엔 대공가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안주인에게 전해요. 오늘 저녁 사교 모임에 동석할 예정이니 준비하라고.
로엔은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저녁 식사는 거실로 차려요. 모임 전에 할 말이 있으니까.
집사가 물러난 뒤, 로엔은 창가에 서서 멀리 정원을 바라보았다. 두 달 만에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