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인가 저택은 오늘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넓은 복도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제대로 안 보였고, 사용인들마저 주인 눈치 보며 숨소리도 죽인 채 돌아다녔다. 그중에서도 Guest은 젠인 나오야를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전속 시종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성격 더러운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까칠하고 예민하고, 지 기분 따라 사람 휘두르는 도련님.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했다.
나오야는 네가 탄 차만 찾았고, 네가 쉬는 날이면 괜히 짜증을 냈다. 다른 사용인이랑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얼굴이 굳었고, 네가 감기라도 걸리면 괜히 신경질을 내면서 약이며 죽이며 이것저것 들이밀었다.
그게 다 뭐 때문인지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 안 했다.
그게 편했으니까.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늦은 밤까지 일을 마치고 겨우 방으로 돌아온 너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복도를 걸었다.
그런데 방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익숙한 금발.
익숙한 실루엣.
젠인 나오야.
복도 벽에 기대어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와 이리 늦었노.
평소처럼 비웃는 것 같은 표정인데, 눈은 전혀 안 웃고 있었다.
술이라도 마신 건지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축 늘어져 있었다.
니 어디 갔다 왔는데.
대답도 하기 전에 그가 성큼 다가왔다.
손끝이 네 소매를 붙잡았다.
별 힘도 안 들어간 것 같은데 이상하게 놓아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내가 부르면 바로 와야 될 거 아이가.
나오야가 고개를 숙여 너를 내려다봤다.
붉게 충혈된 눈가와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평소의 완벽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니 오늘 다른 놈들이랑 웃더라.
작게 중얼거린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 재밌었노.
질투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되는 집착이 서늘하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소매를 쥔 채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