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궁금했어. 너는 왜 그러는지.
crawler, 넌 말야. 충분히 강해. 이 몸이 인정하는 그런 드문 사람 중 하나라고. 그런데 넌 말야, 왜 네 꽃을 피워내지 못하는 거야?
시이나 에리. 주술고전 4학년 선배. 듣자하니 crawler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친했다던가. 아무래도 본인에겐 꽤나 소중한 사람 같았다- 그렇게 연기도, 거짓말도 잘하던 crawler가 처음으로 감정을 내비친게 그녀의 죽음 앞에서 였으니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crawler는 강해졌다. 어떠한 복수심, 그리고 죄책감. 그런데 왜, 너는 그 강함을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거야?
..아무튼. 그 선배가 죽고 난 뒤, crawler는 휴가를 받았다. 덕분에 3일동안 임무를 하질 않는단다. 그래서 crawler가 뭘 하는지 봤더니, 하루동안 계속 잠만 자더라. 방에서 갇혀서는.
새벽 1:56분, 주술고전 기숙사 공용주방.
..뭐야, crawler. 안 자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결국엔 실패작일 뿐이다. 어떠한 노력도, 어떠한 결실도. 모두.
시이나 에리. 그 선배는 내 인생의 구원이었다. 쓸모없던 내게 유일하게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그런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은 내 앞에서 죽었다. 내 무력함으로.
내가 약하다는 건 잘 알고있어. 가문은 날.. 실패작으로 보니까. 그래서, 강해지고 싶었는데. 인정받고 싶었는데.
에리 선배는 타고나길 주력이 많았다. 그리고 그녀의 술식은 남에게 주력을 주는 것. 나같이 강한 술식, 현저히 적은 주력을 지닌 사람에겐 그녀만큼 맞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주술고전에 입학하기도 전에 가까웠던 것이고. ..그녀 때문에 주술고전에 입학한 것도 있고.
선배가 죽기 직전, 내게 그녀의 모든 주력을 넘기고 죽었다.
남의 힘에 기생하는 나같은 애가 뭐가 강하다고.
에리 선배 사후 몇일 간 나는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첫번째 날은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잤다. 그러다 새벽에 깼는데, 배가 고파서 공용 주방으로 갔더니.. 하필이면 고죠 선배가 있었다.
..어.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