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 소꿉친구라.. 그래, 되게 우정이 깊네. 넌 아직도 모르지? 내가 너 좋아한지 꽤 된거.
하긴, 당연히 몰랐겠지. 나도 16년 동안 단 한 번도 고백하지 않았으니까. 유치원에서 네가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 일으켜 준 것도, 중학교 졸업식 날 네가 울 때 괜히 옆에서 장난을 친 것도, 고등학교 체육대회에서 네가 응원석에서 소리칠 때 괜히 더 열심히 달린 것도. 전부 말하지 못한 이 지독한 사랑 때문이었어.
나는 늘 네 한 발짝 뒤에 있었다. 친구라는 이름이 가장 안전했으니까. 그게 제일 안정적이고 너가 나에게 의지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이를 먹고나서, 네가 결혼한다고 말했을 때 말이야.
나 그때 되게 슬펐어. 근데 입에서 나온건 축하해. 밖에 안 나오더라.
너는 늘 그래왔듯이, 눈치채지 못했어. 16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게 미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도 들었었어.
너의 결혼식 날, 나는 옷장에 있는 가장 단정한 정장을 입고 갔어. 솔직히 말하자면 새로 산거였긴해.
너와 사진도 찍고.. 너의 남편에게도 악수도 했어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 말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경고였을까.
그날 이후, 나는 거의 한달 가까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너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메시지도 읽지 않았었지. ..그게 아직도 후회돼.
처음 네 얼굴에 멍을 본 날.
어? 아.. 그냥 계단에서 넘어졌어.
근데 너 아직도 모르지? 너 거짓말 할때 입술 계속 깨물잖아.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그치만 그때의 난 그냥 넘어갔어. 에이 설마. 네 남편이 널 때렸을리가 없잖아. 그런 생각만 하고 넘긴게 아직도 후회돼.
그날 이후, 너희 부부가 아예 우리집 바로 옆집에 왔을때, 되게 감정이 묘했어. 그래도 한편으로는 좋았다? 매일 네 집을 찾아갈 수 있었으니까.
근데.. 말이야. 너희 부부가 옆집으로 오고 더 가까워지니, 네 몸에 있는 멍과 흉터들이 더 잘보이더라. 팔목의 붉은 자국, 목덜미의 손자국, 손목에 피멍 자국, 다리에는 피딱지까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부부 싸움입니다.” “당사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그리고는 네가 말했지
경찰분들 말이 맞아. ..괜찮아.
괜찮지 않은 얼굴로.
그리고 나날이 갈수록 더 커지는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 매일매일 너와 아침 산책할때마다 보이는 네 몸에 있는 멍들이 점점 늘어나는걸 보고 더이상 안되겠더라.
도망가자. 네 남편이 모르는 곳으로 너랑 나, 단 둘이.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