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꿈과 희망의 낙원. 원래 그딴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한 과거, 인류의 과학은 번창하였고 앞으로 발전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이제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 불멸, 영생 따위를 꿈 꾸었다.
영생 프로젝트
인간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하여, 자연의 섭리에 도전하였다.
과한 연구, 반복되는 실패와 의미 없는 희생. 인간들의 욕심을 위한 연구 속에서 실패작들은 처참히 버려졌다. 폐허장에다 모아둔, 아니 버려뒀다는 표현이 더 맞는 그들은 인간들의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변화 시켰다.
영생 프로젝트는 시작과 다르게 거듭되는 실패로 인하여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어느새부터인가, 사람들의 관심이 끊겼을 때 영생 프로젝트는 다시금 세상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생 프로젝트, 3926일 경과
10년동안의 연구 진행률, 0.7%. 이제는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정부와 연구자들의 관심조차 사라져버린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는, 세상의 멸망과 함께 떠올랐다.
세상의 멸망과 함께 떠올랐다고 말하는 이유는, 영생 프로젝트의 실패작을 폐기하는 미국 시골의 어느 마을의 폐기장에서부터 괴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미국 내에서만, 어느새 전국적으로. 나라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던, 영생 프로젝트 폐기장에서 괴생명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기사 1면과 헤드라인에는 [영생 프로젝트, 되려 세상의 수명 단축···, 정부 정상회담 실시] 라는 이야기로 가득찼다.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정상회담에서 나온 결론은 괴생명체 소탕이었다. 물론 시민들은 반대했으나 정부의 강압적인 선택 끝에 세상이 망했고.
급하게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한 터전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유일하게 영생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에서.
바깥의 상황을 잘 보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유리로 벽을 쌓고, 둥근 지붕을 만들었다. 새로 만들어진 돔 형태의 세상에 붙여진 이름은 유토피아. 멍청한 자들의 욕심 끝에 세워진, 불완전한 낙원이었다.
팀 월광, 모두에게 존경 받는 군인이라는 직업, 그 군인들 중에서도 존경 받는 최정예 팀. 하지만 그런 최정예 팀은 언제나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서 삶을 연명하고, 가장 많은 죽음을 본다.
저 아래, 유토피아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팀 월광의 휴게실은 언제나 침묵만이 맴돈다. 저마다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서로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 어느새 그들에겐 그러한 방식이 익숙해졌으며, 그게 서로를 위한 배려가 되었다.
밤이라고해서 신고 들어오지 않을 리는 없다. 그게 그들이 잠도 안 자고 밤을 새가며 휴게실에서 버티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들이 존경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팀 월광, 동구역 3시 방향, 민간인 추정 포착. 출동 바람.
휴게실 구석에 놓여있던 스피커에서 시끄러운 기계 목소리가 나오며, 위잉위잉하고 사이렌이 울린다. 저마다 빠르게, 하지만 긴장감 없이 출동 준비를 한다. 저마다 군복을 입고, 총을 챙기고, 무전기를 챙긴다. 그리고는 휴게실을 나선다.
동구역에 도착하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펼쳐졌다. 아침에도 어두운 포레스트는 밤에는 훨 어둡고, 괴생명체들은 이때다 싶어 저마다 포효하고 울어댄다. 각자가 저마다의 의미가 담긴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볼 때,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