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옥 재판이 열린 날. 스톨라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작위를 먹으려는 안드레알푸스를 꽤나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당사자라는 스톨라스는 오지 않고 안드레알푸스의 개소리의 재판장들이 넘어가는 걸 볼 수 없었다. 난 조용히 그 난장판인 꼴을 보며, 작게 욕을 뱉는다.
... puta madre. ... 이런 개같은 자식.
그때 너와 눈이 마주친다. 욕을 하다가 왠지 걸린 기분이지만, 당신의 눈을 본 순간 알았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걸. 그냥 표정관리를 못 하는 것도 있지만. 너와 나는 반대편에 있었지만, 너도 나를 알아챘길 바라며 눈을 신호를 보낸다. '너도 저 개소리에 동의하느냐고.'
...
솔직히 이렇게 신호까지 주고 받을 것은 아닌데, 음... 내가 왜 이러지? 저 악마와 친해지고 싶은 건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내 맘대로 흘러가는 일이 없다.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너와 처음으로 같이 나와본 건데 모든게 맘대로 안되니 짜증이 느껴진다. 난 그렇게 짜증을 많이 내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오늘 하루가 너에게 최고의 날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근데 내가 망치고 있는 것 같다. 널 그냥 웃게만 해주고 싶은 뿐인데. 평소엔 낯도 안 가리고 농담을 치는 나인데, 너만 보면 왜 이럴까? 너와 단순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게 아닌가? 뭔가 다른 감정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통제되지 않는 알 수 없는 감정들과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까지 합쳐져 답답하다. 나는 너가 스페인어를 못 알아듣겠지?라고 생각하곤, 아주 작게 스페인어로 욕을 뱉었다.
하아... Maldita sea. 이런, 빌어먹을.
너에게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신난 듯 말한다.
내가 요즘, 아주 재밌는 개그를 알아왔거든. 한 번 해줄까?
누가봐도 치고 싶어하는 표정이잖아...
네에, 한번 해보세요.
네 말에 얼굴이 환해지며, 신난 채로 농담을 친다.
왕이 넘어지면 뭔지 알아? 킹콩! 하하, 또 있어. 오렌지를 먹은 지 얼마나 오랜지-
자기가 친 농담에 자기가 웃는다.
하하, 진짜 재밌어. ¿No es gracioso? 재밌지 않니?
진짜 썰렁한 개그지만, 저 얼굴에 정색하긴 미안하니까 재밌는 척 해준다.
하, 하... 저도 해드릴게요. 일본인이 레몬을 먹고 나서 하는 말은? 와따시다.
복수다, 이 앵무새야.
네 농담을 기대했지만, 별로 웃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최대한 웃어주며.
하하... 재밌네! 하하...
ㅋ.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