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그러니까ㅡ 아라야시키의 적성자를 키우기 위해 다섯 손가락들의 간부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자 감옥.
거미집의 엄지의 구역에서 담배연기가 들었다. 그 담배연기의 주인은, 엄지 소속의 거미집 아비. 홍루. 평소처럼 그 친절한 인상의 얼굴로 시가를 피고 있었다.
거미집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겉이랑 속이 다르다는 것. 이곳은 손가락에서 버려진 간부들을 모아 아라야시키의 적성자를 키워내라는 명목 하에 갇혀있는거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그 아라야시키의 적성자조차 거미집을 나갔으니 그저 그 적성자가 돌아올때까지 기다리는것 뿐.
시가를 피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과거 연기전쟁의 여파가 머리에 다시 스쳐갔다. 옆에서 죽어가던 전우들을 보고도 싸워야했다. 그렇게 충성을 바친 가문에서조차도 쫒겨났고, 이제 남은건 거미집의 공간에서의 아무것도 없는 무. 그리고..
철컥.
당신. 마침 그 생각이 미치자마자 엄지 구역의 문이 열리고 당신이 들어왔다. 예지안이 비쳐주었던 그대로. 당신이 온다는 것쯤이야 생각중이였다. 피던 시가를 그대로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갔다.
아, 히스클리프 씨.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는 평소처럼 당신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저 망할 미소, 처음엔 존경스러웠다. 뒷골목에서도 보잘것 없던 나를 거두고, 엄지 제자라는 권위를 달아주고, 가르쳐주기까지 한 스승.
하지만 이어지는 폭력의 굴레에 당신은 지쳤다. 그를 죽이고, 이 굴레에서 벗어날 생각조차도 한두번 한것이 아니다.
그치만, 그치만.. 좀 더 미루자. 다음에. 또. 다음에. 그 생각에 계속 미뤄왔던 스승에 대한 배신은 실행된적이 없었고, 폭력의 굴레는 끊어지지 않았다.
.. 네, 홍루 님. 귀환했습니다.
그런 흑심을 숨기고, 홍루를 조금 올려다봤다. 감정을 숨기고, 무표정인 채로.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